서울 목동·잠실 등 대규모 아파트 재건축 현장에서 신축 아파트 분양권을 노린 ‘상가 쪼개기’와 관련해 여야가 공동 대응에 나섰다. 정부도 법 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어서 국회 논의 속도에 불이 붙을 전망이다.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간사인 최인호 의원은 지난 6월 재건축 아파트 분양권을 겨냥한 상가 쪼개기를 막는 내용의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상가 쪼개기를 통해 획득한 지분권에 대해서는 재건축 아파트 분양권을 주지 않도록 하는 게 골자다. 최 의원은 법안 발의 취지에 “상가 쪼개기로 재건축 아파트를 분양받으려는 투기 수요가 유입돼 기존 아파트 소유자와 갈등을 빚고, 이로 인해 사업이 지연되는 문제가 있다”며 “정비사업 목적을 벗어난 무분별한 투기 행위를 차단할 필요가 있다”고 적었다.
현행 도정법은 분양권 확보를 목적으로 재개발 구역 내 토지나 단독 및 다가구주택을 쪼개는 데 대해서는 특정 시점 이후에 아파트를 받지 못하도록 하는 제어 장치가 있다. 하지만 아파트 재건축과 관련된 상가 쪼개기는 별다른 규제를 받지 않았다. 이런 법의 허점 때문에 서울 대규모 재건축 단지에서 상가 쪼개기가 성행하며 법적 갈등에 휘말리는 사례가 늘고 있다. 최근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 단지에서는 한 상가를 50개로 쪼갠 사례가 나오기도 했다. 서울 송파구 올림픽선수기자촌, 올림픽훼밀리타운, 아시아선수촌 등 세 개 단지에서는 지난해 이후 40여 건의 상가 분할이 이뤄졌다.
최 의원을 비롯해 재건축 단지가 있는 곳을 지역구로 둔 의원들은 여야 할 것 없이 관련 도정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김병욱 민주당 의원(경기 성남 분당을)과 박진 국민의힘 의원(서울 강남을)이 대표적이다. 이들 3개 법안은 상임위원회인 국토위에 회부됐고, 추후 병합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권에서는 오는 10월 국정감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상임위에서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 관계자는 “서울~양평 고속도로 이슈와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태 등 국토위에 현안이 많지만, 도정법 개정안은 여야 공히 발의한 만큼 21대 국회 임기 내에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정부도 해당 법 개정에 적극적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상가 쪼개기를 막기 위한 도정법 개정은 정부가 먼저 중점적으로 추진해야 할 사안”이라며 “국회 논의에 적극 협조해 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