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증권의 해외법인 자기자본이 4조원을 넘어섰다. 해외에 첫 법인을 설립한 지 20년 만에 자기자본이 600배로 불어났다.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달러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국내 금융권을 통틀어 가장 성공적인 해외 진출 사례 중 하나로 평가된다. 20년 전 500만달러로 해외사업 첫발22일 미래에셋증권의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이 회사의 해외법인 자기자본은 30억달러로 집계됐다. 한화로 환산한 금액은 4조원에 달한다. 미래에셋증권은 2003년 홍콩에 첫 번째 법인을 설립하면서 해외 사업을 시작했다. 당시 홍콩 법인의 자기자본은 500만달러. 불과 20년의 기간에 해외 법인 덩치가 600배 성장한 것이다. 순이익도 착실히 불어나고 있다. 대우증권 인수 직후인 2017년 미래에셋증권의 해외법인은 총 660억원의 순이익을 벌었다. 이 규모는 지난해 1427억원으로 불어났다. 미래에셋자산운용, 미래에셋생명 등을 포함한 미래에셋그룹 전체 계열사의 해외법인이 지난해 벌어들인 세전이익은 4468억원에 달했다. 그룹 전체 세전이익(1조 9653억원)의 22.7% 규모다.
그룹 안팎에선 차별화한 현지 전략이 성과를 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예를 들어 온라인 거래 문화가 발달한 동남아시아 지역에선 홈트레이딩시스템(HTS)과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기반으로 시장 점유율을 높여나가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현지에서 최초로 MTS와 HTS를 도입해 온라인 거래 확대를 주도하고 있다. 이 시장에서 미래에셋의 지난해 주식 거래 점유율은 8.15%로 전체 증권사 중 1위다. 현지 특화 전략으로 시장 공략미국 영국 등 선진국에선 인수합병(M&A)을 통해 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2011년 캐나다 ‘호라이즌 ETFs’를 인수하며 글로벌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 진출한 게 대표적이다. 경쟁사의 한 최고경영자(CEO)는 “선진국 투자가 패시브 중심으로 바뀌고 있는 흐름을 미리 간파하고 M&A를 할 수 있는 것은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아니면 누구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ETF 시장을 중심으로 선택과 집중을 한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미래에셋그룹은 2018년 미국 ETF 업체인 글로벌엑스(Global X)를 4억8800만달러에 인수한 데 이어 지난해 6월엔 Global X와 함께 호주 ETF 운용사 ‘ETF Securities’를 인수했다. 올 들어선 영국의 금융회사인 GHCO를 3500만달러에 매입했다. 이 회사는 ETF의 LP(자금공급) 역할을 하는 회사다.
이런 성과는 박 회장이 뚝심으로 밀어붙인 결과라는 게 금융권의 분석이다. 박 회장은 2018년 전문경영인 체제를 선언하고 경영 전면에서 물러나면서도 그룹 GSO(글로벌 전략고문)라는 직책을 맡아 해외 사업의 큰 틀을 여전히 챙기고 있다. 그룹 계열사의 한 경영진은 사석에서 “글로벌 투자자 등과의 미팅 일정이 빼곡해 박 회장과 면담을 잡기가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박 회장은 최근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하는 해외 금융업체 투자 및 인수에 관심을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 16일 호주 1위의 로보어드바이저 전문 운용사인 스탁스팟을 2800만호주달러(약 240억원)에 인수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