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이 개발 중인 면역항암제 후보물질이 미국에 이어 국내에서도 임상시험 승인을 받았다. 연내 다국가 임상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한미약품은 면역항암제 후보물질 ‘BH3120’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임상 1상 시험계획(IND) 승인을 받았다고 22일 밝혔다. 지난 5월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임상 승인을 얻었다. 임상 1상에선 후보물질의 안전성을 검증하게 된다.
한미약품은 이전까지 표적항암제를 중심으로 항암제를 개발해 왔다. 올해 말 임상 1상 결과가 나오는 ‘벨바라페닙’이 대표적이다. 2021년 미국 앱토즈 바이오사이언스에 기술이전한 ‘투스페티닙’, FDA의 벽을 넘지 못한 ‘포지오티닙’ 등도 표적항암제다. 흔히 ‘2세대 항암제’로 불리는 표적항암제는 1세대 화학항암제보다 부작용이 적고, 효능도 우수하다. 다만 부작용이 더 적은 3세대 항암제인 면역항암제가 나오면서 입지가 줄어들고 있다.
한미약품은 2020년 미국 랩트테라퓨틱스로부터 면역항암제 후보물질(FLX475)을 도입하면서 면역항암제 개발에 뛰어들었다. 현재 미국과 한국에서 임상 2상 중이다. 한미약품이 독자 개발한 면역항암제 후보물질 중 임상시험에 진입하는 건 BH3120이 처음이다.
한미약품과 북경한미약품이 개발한 이중항체 플랫폼 기술(펜탐바디)도 첫 시험대에 오른다. 펜탐바디는 서로 다른 면역항암제 또는 면역항암제와 표적항암제를 하나의 물질로 만드는 기술로 BH3120에 적용됐다. 이번 임상을 통해 펜탐바디로 만드는 후보물질의 안전성을 평가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BH3120의 표적은 암세포 표면에 있는 단백질인 ‘PD-L1’과 ‘4-1BB’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영장류 시험에서 위험한 부작용이 관찰되지 않고, 경쟁 제품 대비 우수한 안전성을 보였다”며 “동물실험에서 다른 면역항암제(항 PD-1)와 병용했을 때 암 조직이 모두 사라지는 강력한 상승효과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