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 국가들의 고용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한국은 지표에 드러나지 않는 구조적 부실이 잠재적 불안 요소로 지적되고 있다. 일본은 평생직장이 사라지는 모습이다. 청년 실업률이 빠르게 오른 중국은 이달부터 아예 관련 통계를 없애버렸다.
한국은 외견상으로는 최근 고용지표가 양호한 상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7월 15세 이상 고용률은 63.2%로 집계됐다. 전년 같은 달 대비 0.3%포인트 상승했다. 6월에 이어 두 달 연속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실업률은 역사적으로 매우 낮은 수준이다. 7월 실업률은 2.7%로 1999년 6월 이후 역대 7월 기준 최저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고용 훈풍에도 실제 고용시장의 모습은 그렇게 견고하지 못하다. 구조적 변동에 따른 지표상 훈풍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높은 고용률 뒤에는 노인일자리가 있다. 한국은행의 5월 분석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층 경제활동참가율이 2010년대 중반 이후 크게 올랐는데 대부분이 정부 노인일자리 사업에 따른 것이었다. 이 같은 현상은 한국의 고용 상황을 제대로 판단하기 어려운 교란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높은 청년고용률은 저출산의 결과다. 7월 청년고용률은 47.0%를 기록해 역대 세 번째로 높았지만 취업자 수는 오히려 13만8000명 줄었다. 인구가 크게 감소했지만 취업자 수는 덜 줄어들어 높은 고용률이 나타난 것이다. 고용 훈풍에 웃지 못하는 한국‘평생 근속’으로 상징되는 일본의 고용 환경도 변화하고 있다. 한은 도쿄사무소의 현지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 기업들이 최근 경력 채용과 직무형 고용을 늘리고 있다. 근속 연수에 따른 호봉제 대신 직무에 따라 임금을 다르게 주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일본 주요 기업의 2024년 봄 채용 계획에 따르면 경력직 채용 비율은 37.6%로 집계됐다. 2016년에 비해 두 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디지털화 진전으로 인해 전문인력 수요가 증가한 가운데 코로나19 시기 재택근무가 확산하면서 직무형 고용에 대한 인식이 개선된 것이 이 같은 변화를 이끌어낸 것으로 평가된다.
중국은 심각한 청년 실업 문제를 겪고 있다. 6월 중국의 청년 실업률은 21.3%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이전 시기 10%대에서 두 배 가까이 상승했다. 中은 청년 실업률 통계 은폐한은 베이징사무소는 과거 청년 고용을 많이 흡수하던 제조업 중심 산업구조가 점차 서비스 업종 위주로 변화하면서 나타난 결과라고 설명했다. 부동산 시장의 부진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부동산 및 건설부문의 고용 환경이 나빠진 것도 영향을 줬다.
중국의 청년 실업은 7월 정점을 보일 것으로 추정됐다. 대졸자들이 취업시장에 나오는 시기여서다. 하지만 7월 청년 실업률이 어떻게 됐는지는 영영 알 수 없게 됐다. 중국 정부가 7월 고용지표를 발표하면서 돌연 청년 실업률을 공개하지 않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청년 실업률이 역대 최대치로 치솟는 것을 보여주지 않기 위해 통계 자체를 폐기한 것이다.
이는 실제 청년 실업률이 역대 최대치로 치솟는 것보다 더 큰 문제다. 통계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지 않고 현실을 회피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문재인 정부 당시 ‘통계 조작’ 논란이 있었다. 2018년 이후 수차례 개편된 가계동향조사가 그랬다. 당초 가계동향조사의 소득조사는 폐기될 예정이었지만 전 정부 소득주도성장(소주성) 정책의 성과를 잘 보여준다는 이유로 살아남았다. 이후 소주성 성과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자 소득 불평등이 완화된 것처럼 보이도록 통계를 개편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는 감사원에서 불법성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다.
통계를 감추는 것도, 폐기하려던 통계를 되살리는 것도, 입맛에 안 맞는 통계를 개편하는 것도 모두 조작이다. 이 같은 조작보다는 차라리 통계지표가 급격하게 악화하는 모습이 공개되는 것이 이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