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직접판매(D2C) 위주의 온라인 전략을 펼치는 데 전력을 기울이던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들이 다시 ‘유통’으로 복귀할 조짐을 보인다. 나이키가 2019년 ‘타도 아마존’을 선언한 이후 주로 막강한 브랜드 파워를 지닌 소비재 기업들이 자사몰로 고객을 끌어모으는 D2C에 속속 뛰어들었다.
하지만 이후 4년이 가까워지도록 뚜렷한 성과가 나타나지 않자 유통업체들에 러브콜을 보내는 분위기다. 나이키와 함께 D2C에 주력하는 대표적 애슬레저(일상복처럼 입을 수 있는 스포츠웨어) 브랜드 룰루레몬이 SSG닷컴과 손잡고 한국에서 처음으로 라이브방송(라방) 판매에 나서는 것도 이런 맥락으로 읽힌다. 룰루레몬, 쓱라이브서 판매
룰루레몬은 SSG닷컴의 라방 채널 ‘쓱라이브’에서 23일 라이브커머스를 진행한다. 룰루레몬이 국내에서 이런 방식으로 제품을 판매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쓱라이브는 SSG닷컴의 명품·뷰티 특화 라방 플랫폼으로 입생로랑뷰티, 맥 등 글로벌 소비재 브랜드들이 신상품을 공개하는 창구로 활용한 바 있다.
룰루레몬은 경쟁 브랜드보다 2~3배 비싸 ‘요가복의 샤넬’로 불린다. 전체 매출이 연간 10조원을 넘는 메가 브랜드다. 한국에서도 매년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였다. 지난해 국내 매출은 852억원으로 전년보다 46% 불어났다.
룰루레몬은 자사몰 중심의 온라인 판매 전략을 고수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한때 D2C 매출이 전체의 60%대에 달하기도 했다. 유통업계에선 이런 룰루레몬이 라방에 나서는 게 D2C 전략의 수정과 연관 있는 것 아닌지 관심 있게 지켜보는 분위기다.
이에 대해 룰루레몬 측은 “한국 소비자들에게 룰루레몬 골프웨어 브랜드(사진)를 알리려는 목적이지 e커머스 전략을 근본적으로 바꾼 건 아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곳곳에서 드러나는 D2C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많다. ‘D2C의 상징’ 나이키도 유통으로
한때 D2C에 올인했다가 다시 유통 채널로 돌아온 대표적인 브랜드는 나이키다. 나이키는 2019년 11월 “아마존에서 모든 제품을 철수하겠다”고 선언한 뒤 자사몰을 중심으로 한 유통전략에 온 힘을 쏟았다.
오프라인에서도 도·소매점 의존도를 낮추고 제조·마케팅·유통 과정에서 브랜드의 통제권을 높여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도 실적 악화를 막아냈다. 그 결과 나이키는 세계 주요 제조사들에 D2C 성공 사례로 인식됐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이 촉발한 재고 부담 확대 등으로 최근 들어 고전하고 있다. 유통 플랫폼에 올라탄 신생 브랜드들이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치며 나이키의 위상을 위협하자 나이키도 다시 유통사들과 손을 잡고 있다. 메이시스, DSW 등 2021년 계약을 종료한 유통사들에 오는 10월부터 납품을 재개하기로 했다.
룰루레몬도 라방 플랫폼 이외에 다른 유통채널 확보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7월에는 유럽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하기 위해 ‘유럽의 아마존’이라고도 불리는 패션 e커머스 잘란도에 입점하기도 했다.
양지윤 기자 y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