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제6호 태풍 ‘카눈’이 한반도를 지나갔다. 이번 태풍은 이례적으로 한반도를 느린 속도로 관통하며 많은 비를 뿌렸다. 태풍이 바다가 아니라 한반도를 관통하는 궤적을 그린 것은 1951년 기상청 관측 이래 처음이라고 한다. 전문가들은 해수면의 온도 상승으로 태풍이 더 많은 열과 수분을 흡수한 것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전 세계가 지구 온난화, 탄소 감축 등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교토의정서 채택 같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최근 태풍, 폭염 등 극단적인 기후변화가 심각해지고 있다. 얼마 전 유엔 사무총장은 지구 온난화 시대가 끝이 나고 끓는 지구(global boiling) 시대가 도래했다고 말했다. 지구 온난화를 넘어 ‘지구 열대화’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등장한 것이다. 이는 새로운 기후위기에 대한 경고이자 탄소 감축을 통한 대응이 절실해졌음을 뜻한다.
많은 사람이 아마존과 같은 산림이 탄소를 흡수하며 지구의 허파 역할을 하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산림 못지않게 막대한 탄소를 흡수해 지구 온난화를 막아주는 것이 바다인 것은 잘 모른다. 바닷속 해조류와 플랑크톤이 광합성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갯벌과 염생식물들 역시 대기 중 탄소를 저장한다. 이처럼 해양 생태계가 흡수하는 대기 중 탄소를 ‘블루카본’이라고 한다.
2482㎢에 걸쳐 펼쳐진 국내 갯벌 역시 열대우림보다 동일 면적당 4배 이상 많은 탄소를 흡수하며 탄소 감축에 큰 역할을 한다고 한다. 서울대의 연구에 따르면 국내 갯벌은 연간 26만t에서 최대 49만t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며, 이는 120억원의 경제적 가치를 지닌다.
대다수 국민은 잘 모를 수 있지만 우리나라 수산업은 블루카본을 활용해 탄소를 절감하는 데 톡톡한 역할을 하고 있다. 매년 우리 바다에서는 양식을 통해 179만t가량의 해조류를 생산한다. 해조류 중 일부만 수확하는 것을 감안하면 바닷속에는 훨씬 더 많은 양의 해조류가 자라고 있다고 추정할 수 있다.
학계에서는 해조류의 이산화탄소 흡수 능력이 육상 생태계보다 50배나 높다고 평가한다. 이를 고려하면 양식어업인들이 많은 양의 탄소를 정화하는 셈이다. 실제로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서는 위성사진을 통해 남해안의 해조류 양식장을 본 뒤 “기후변화를 늦추는 강력한 브레이크가 될 수 있다”며 감탄한 바 있다.
이처럼 우리 수산업은 부지불식간에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있다. 지구 열대화가 심해짐에 따라 수산업과 어업인에 대한 지원과 관심이 더욱 필요한 때다. 수산업 발전을 통해서 기후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새로운 기회를 만들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