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 네슬레 맞손…정지선 '매출 40조 비전' 영근다

입력 2023-08-21 17:53
수정 2023-08-22 01:02
현대백화점그룹이 세계 1위 종합 식품회사인 네슬레의 헬스케어 자회사 네슬레헬스사이언스와 손잡고 바이오·헬스케어 사업 확대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사진)이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내걸었던 ‘비전 2030’이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정 회장이 2021년 내세운 비전 2030은 2030년에 그룹 매출 4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게 핵심 목표다. 현대백화점그룹의 지난해 매출은 총 26조원 규모다. 정지선 회장이 MOU 직접 챙겨현대백화점그룹은 네슬레헬스사이언스와 전략적 업무 제휴 협약(MOU)을 최근 체결했다고 21일 발표했다. 네슬레헬스사이언스는 시가총액이 3138억달러(약 420조원·8월 18일 기준)에 달하는 네슬레의 헬스케어 자회사다. 지난해 매출은 62억스위스프랑(약 10조원)이다.


개인 맞춤형 건강기능식품 브랜드 ‘페르소나’를 비롯해 콜라겐 브랜드 ‘바이탈 프로테인’ 등 34개 건기식·메디컬 푸드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네슬레는 헬스케어·바이오 분야를 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이 이번 협약을 성사한 데에는 정 회장의 비전 2030 달성 의지가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은 2021년 그룹 창립 50주년을 맞아 발표한 비전 2030에서 그룹의 3대 핵심 사업인 유통, 패션, 리빙·인테리어에 뷰티, 헬스케어·바이오, 친환경 등 신수종 사업을 더해 기업가치를 높이겠다고 선언했다.

정 회장이 건기식 분야를 포함한 헬스케어·바이오 시장을 신사업 동력으로 삼은 이유는 성장 가능성이 높아서다.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건기식 시장 규모는 6조1428억원으로 전년(5조6902억원) 대비 7.9% 증가했다. 코로나19 사태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만큼 시장 성장 속도는 앞으로 더욱 빨라질 것이란 게 업계의 관측이다.

정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비전 2030을 재차 언급하며 외부와의 협력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신규 사업 진출 측면에서 다양한 협력을 시도해 새로운 사업 기회를 만들어 나가자”고 했다.

정 회장은 이번 협업을 위해 헬스케어 담당 실무자와 회의하는 등 프로젝트를 주도했다. 특히 이번 협약에는 비전 2030 달성을 위해서는 단순히 외형을 불리는 것보다 근원적 경쟁력을 향상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정 회장의 철학이 반영됐다.

내수 중심 사업 기반인 현대백화점그룹이 세계 유수의 기업과 손잡은 데엔 글로벌 기업의 경영 철학과 노하우를 습득해 그룹 전반의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겠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유통·제조 계열사 시너지 기대현대백화점그룹은 이번 협약을 통해 그룹 내 유통·제조 계열사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백화점, 현대홈쇼핑, 현대백화점면세점, 현대이지웰 등 그룹 내 유통 계열사는 네슬레헬스사이언스의 주요 건기식을 독점 판매할 예정이다. 네슬레헬스사이언스의 건기식 가격이 비교적 고가라는 점을 고려하면 ‘맏형’인 백화점에서 효율적 성과를 올릴 수 있을 것이란 게 자체 분석이다.

현대백화점그룹과 네슬레헬스사이언스는 해외 시장 공략에도 적극적으로 협력할 예정이다. 네슬레헬스사이언스는 글로벌 판매망을 활용해 현대백화점그룹의 건기식 및 헬스케어 솔루션 등의 해외 진출을 도울 계획이다.

현대백화점그룹도 30여 개국에 구축된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해 네슬레헬스사이언스의 차세대 소재 발굴과 신시장 개척에 적극 협력할 방침이다. 장호진 현대백화점 사장은 “고객의 생활과 함께하면서 더 나은 가치를 제공한다는 그룹의 사업 방향성에 맞춰 다양한 신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바이오·헬스케어 사업을 본격화해 그룹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사회적 가치 실현에도 더욱 힘을 쏟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