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입주권 거래 제한을 앞둔 투기과열지구 내 재건축 단지에서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구 등 투기과열지구에서는 조합설립인가 이전까지 신고된 거래만 조합원 지위 양도가 인정된다. 이후에 매수하면 현금청산 대상자가 된다.
올 들어 강남구에선 조합설립인가를 코앞에 둔 은마아파트에서 거래가 가장 활발했다. 서초·용산구에서도 재건축 단지의 거래량이 최근 들어 빠르게 늘고 있다. 재건축 기대가 커지는 가운데 입주 기간이 적게 남은 노후 아파트 위주로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개포동 신축단지 제친 은마 거래량
21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은마아파트는 올 들어 이날까지 총 82건의 거래가 이뤄졌다. 새 아파트인 개포동 개포래미안포레스트(50건)와 래미안블레스티지(49건), 입주를 앞둔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45건)보다도 많은 거래량이다. 은마아파트 거래량이 작년(37건)과 2021년(59건)보다 눈에 띄게 늘었다. 전용면적 84㎡ 기준 지난달 29일 26억5000만원에 손바뀜했다. 연초(21억5000만원)보다 20%가량 오른 가격이다. 매매 호가는 28억원 안팎으로, 2021년 11월 최고가(28억2000만원)에 근접했다.
은마아파트 거래량이 급증한 건 향후 지어질 아파트에 입주할 마지막 기회로 여겨지고 있어서다. 은마아파트는 지난 19일 초대 조합장으로 최정희 재건축추진위원장을 선출하면서 조합 설립을 눈앞에 뒀다. 통상 ‘조합설립 신청 후 30일 이내’로 자치구의 인가 결정이 내려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연내 조합 설립이 가능할 전망이다. 기존 정비계획에 따르면 은마아파트는 재건축 이후 최고 35층 33개 동 5778가구로 거듭난다. 추진위는 최고 49층 정비계획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현행법에 따르면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곳에서 재건축은 조합설립인가 이후, 재개발은 관리처분인가 이후에 건축물을 매수할 경우 조합원이 될 수 없다. 조합설립인가 이후에 은마아파트를 매수하면 신축 아파트에 입주하지 못하고 현금청산 대상자가 된다는 뜻이다.
용산구에서는 2009년 조합설립추진위가 설립돼 재건축 안전진단을 추진 중인 청화아파트 거래량이 16건을 기록하며 한가람(38건)에 이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주 앞둔 서초 신동아도 주목서초구에서는 이주가 진행 중인 서초 신동아1차의 거래량(33건)이 반포자이(52건)와 래미안퍼스티지(34건)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신동아1차는 893가구로, 반포자이(3410가구)나 래미안퍼스티지(2444가구)에 비해 규모가 작다. 그런데도 지난달 이후에만 12건이 손바뀜해 서초구에서 가장 많은 거래량을 기록했다.
신동아1차는 은마아파트와 달리 2018년 이미 재건축 마지막 인허가 단계인 관리처분인가를 넘어서 착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 단지는 조합설립인가를 넘어선 지 오래지만 지금도 조합원 지위 양도가 가능하다. 도시정비법 37조 3항에 따르면 사업시행계획 인가로부터 3년 내 착공하지 않은 재건축 단지를 3년 이상 소유한 조합원은 착공 이전까지 조합원 지위를 양도할 수 있다. 서초 신동아1차가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건 2011년으로 12년이 지났다. 조합은 연말까지 자진 이주를 진행하고 내년에 착공하겠다는 목표다.
매매가격도 전용 87㎡ 타입이 지난 8일 21억원에 거래돼 3월(18억5000만원) 대비 13% 올랐다. 신동아1차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가 적용되지 않는 단지라는 점도 거래량이 늘어난 이유다. 2018년 1월 1일 이후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한 단지에 대해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가 적용되지만, 신동아1차는 2017년 말 신청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