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의 대표작인 돈키호테에서는 풍차를 거인으로 착각하고 말을 달려 돌격하는 장면이 나온다. 17세기 문학 속에서도 이미 풍차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었을 만큼 스페인은 유럽 내에서도 풍력에너지 발전 선두 국가다. 1년 내내 이글거리는 태양은 또 어떤가.
스페인은 유럽 최고 수준의 평균 일조량 및 일조시간을 갖고 있어 유럽 내에서도 태양광 발전에 가장 이상적인 환경을 보유하고 있다. 우리나라보다 다섯 배 넓은 국토에 인구는 더 적은 4740만 명 정도가 살고 있는 낮은 인구 밀도 덕에 태양광 발전설비 설치에도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2022년 스페인의 태양광 및 풍력을 에너지원으로 한 전력발전 규모는 94.62테라와트시(TWh)로, 전 세계 7위다.
지난 6월 28일 스페인은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에 ‘2021-2030 국가에너지·기후변화통합계획(PNIEC 2021-2030)’ 개정본 초안을 제출했는데, 2021년에 발표한 것보다 목표 수치를 상향 조정했다.
새로운 계획에 따르면 스페인은 최종에너지 내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기존 42%에서 48%로 크게 확대하고, 전력 생산의 경우 무려 81%까지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스페인 정부는 2030년까지 총 2940억유로(약 411조원)를 투자해 비탄소화, 에너지 효율, 에너지 개발 혁신 및 경쟁력 강화 등을 키워드로 한 다방면에서의 정책을 펼칠 예정이다. 기후변화 대응 및 신재생에너지 사용 촉진을 위한 당국의 의지와 추진력이 얼마나 강력한지 알 수 있다.
이런 계획을 달성하면 국내총생산(GDP)이 2.5% 추가 성장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예상되며, 52만 개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가의 에너지 정책은 산업활동의 기초가 될 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며 로드맵 달성을 위해서는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초안은 9월 4일까지 일반에 공개되며, 공청회 개최 등을 통해 국민의 의견 수렴 후 1년 이내에 최종본이 완성될 예정이다.
스페인의 태양광 및 풍력에너지 기술은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으며, 이런 기술력 및 인프라를 바탕으로 다른 국가와의 에너지 협력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얼마 전 유엔 사무총장이 “지구 온난화 시대는 끝났고, 이제 지구가 끓어오르는 시대”라고 말했다. 격렬한 기후변화 문제를 전 세계가 몸소 느끼고 있는 지금, 스페인의 역할과 위치는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은 비단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인한 에너지 공급난과 에너지 가격 폭등에 대한 일시적인 반응이 아니다. 환경에 대한 관심 없이는 미래 세대의 발전이 지속될 수 없다는 것을 모두가 인지하고 있다.
또 전 세계적으로 친환경적 가치소비 트렌드가 퍼지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산업을 국가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 에너지 절약 및 효율화 등에 대한 적극적인 정책 시행으로 유럽 탄소중립 기조에 모범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스페인의 사례는 참고할 만한 가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