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강국' 러시아의 굴욕…달 탐사선, 추락 파괴됐다

입력 2023-08-20 20:10
수정 2023-09-19 00:01


미국과 더불어 우주 기술 강국으로 불렸던 러시아가 무인 달 탐사선 착륙에 실패했다. 우주 개발에 선봉에 섰던 러시아의 명성에 금이 갈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20일(현지시간)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 연방우주국(로스코스모스)은 이날 성명을 통해 무인 달 탐사선인 루나-25호가 "예측할 수 없는 궤도로 이동한 뒤 달 표면에 충돌해 파괴됐다"고 밝혔다. 로스코스모스는 루나-25호와의 통신이 모스크바 시간으로 이날 오후 2시57분 끊겼다.

로스코스모스는 "작업 중 자동 스테이션에 비정상적인 상황이 발생하여 지정된 매개 변수로 기동을 수행할 수 없었다"고 성명을 통해 설명했다.

로스코스모스 소속 전문가들이 상황을 분석 중이라 말했지만, 이후 루나-25호 관련 정보를 업데이트하지 않았으며, 결국 궤도를 이탈해 추락했음을 발표했다. 러시아 당국은 루나-25호가 추락한 원인을 조사하기 위해 특별 위원회를 구성할 방침이다.

앞서 로스코스모스는 달 착륙을 이틀 남긴 상황에서 루나-25에 이상이 발생했다면서 "궤도 진입 명령을 내렸으나 작업 중 탐사선에 비상 상황이 발생해 정해진 조건대로 기동하지 못했다"고 전날 밝힌 바 있다.



지난 11일 오전 극동 아무르주의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발사된 루나-25는 당초 21일 달 남극 표면의 보구슬라우스키 분화구 북쪽에 착륙해 1년간 달 내부 구조 연구와 물을 포함한 자원 탐사 등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었다. 러시아가 달 탐사를 시도한 것은 옛 소련 시절인 지난 1976년 이후 47년 만이다.

당초 로스코스모스는 유럽우주청(ESA)과 루나-25호를 비롯해 루나-26호, 루나-27호, 엑소마스 로버 관련해 협력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인 2022년 4월 이러한 파트너십이 중단됐다.

로이터는 "1957년 세계 최초로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는 등 우주 강국을 자부해왔던 러시아로선 체면을 구기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러시아의 이번 달 탐사는 미국, 중국, 인도 등 다른 국가들이 달의 새로운 잠재력에 주목해 잇따라 도전장을 던지는 가운데 시작됐다. 오는 23일에는 지난달 14일 인도가 발사한 무인 탐사선 '찬드라얀 3호'도 달 남극 지역 착륙을 시도할 예정이다. 만약 찬드라얀 3호가 착륙에 성공한다면 달 남극 지역에 처음으로 인류의 손길이 닿는 새로운 이정표가 세워진다.

달의 남극은 다량의 물이 얼음 상태로 존재할 가능성이 커서 인류의 심(深)우주 진출을 위한 교두보로 주목받고 있다. 물이 있다면 식수와 산소는 물론 로켓 연료로 쓸 수 있는 수소를 현지 조달할 수 있어서 화성과 태양계 외행성 유인 탐사의 난도가 크게 낮아질 수 있어서다.

미국과 중국도 조만간 이 지역에 탐사선을 보낼 계획이다. 중국은 2024년 달 남극을 탐사하는 '창어' 6, 7호를 발사하기로 했다. 미국은 유인 달 탐사 계획인 '아르테미스'(Artemis) 프로그램을 통해 2025년 우주비행사들을 달의 남극에 착륙시켜 탐사 활동을 벌일 예정이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