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 재건축 추진'의 꼬리표를 달았던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가 의미있는 발걸음을 내딛었다. 조합은 조합장을 선출하면서 연내 조합설립인가까지 마칠 뜻을 밝혔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19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aT센터에서 은마아파트 재건축조합설립 총회가 열렸다. 초대 조합장에는 최정희 은마아파트 재건축추진위원장이 선출됐다.
조합장 후보로 최 추진위원장과 이재성 은마아파트 소유자 협의회 대표가 나와 경쟁했다. 전체 조합원 4278명 중 3654명이 투표에 참여했다. 무효표를 제외하고 최 위원장이 2702표(76.3%)를 받아, 838표를 받은 이 대표를 누르고 초대 조합장에 당선됐다.
최정희 초대 조합장은 "1999년부터 재건축을 준비해왔으나 24년간 막대한 매몰 비용이 발생했고 기회비용을 상실했다"면서 "단 하루라도 당기기 위해서 노력했고 조합 설립까지 왔다. 같은 속도라면 앞으로 2년 내 이주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최 조합장은 초등교사 출신으로 △2년 내 이주 시작 △미리 보는 모델하우스 △분담금 낮추기 △고급화 등을 공약으로 걸었다.
은마아파트 재건축추진위원회가 조합설립에 나선건 2003년 추진위원회 승인을 받은 후 20년 만이다. 재건축을 준비하기 시작한 1999년 이래로는 24년 만이다. 조합은 연내 조합설립인가까지 마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처럼 은마의 재건축 추진에 시간이 길어지면서 인터넷에는 관련된 밈이 떠돌기도 했다. '은마아파트 재건축 드디어 확정'이라는 기사형식의 게시물로 기사의 게재일이 2072년 6월 17일로 표기됐다. 내용은 '은마아파트가 드디어 재건축을 확정했고, 조합 설립 후 80년 만에 쾌거를 이루었다. 재건축 확정 기념 디너쇼에는 79세가 된 원로가수 아이유 씨가 공연할 예정~'으로 그만큼 재건축이 쉽지 않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하지만 이번 총회를 계기로 추진이 빨라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조합원들 사이에는 큰 상태다. 초대 조합장과 함께 우갑준 감사, 5명의 이사·대의원도 선출됐다. 아파트와 상가 소유자 간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분리 후 개발이익과 비용을 별도로 청산하는 '독립정산제' 안건 등도 함께 통과됐다.
부동산 카페나 재건축 관련 단체채팅방에는 은마아파트의 조합장 선출을 축하하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C노선 단지 관통 여부 △35층에서 49층으로 상향 △분담금 완화 등의 과제가 아직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은마 아파트 정비계획안에 따르면 은마 아파트는 기존 14층, 28개동, 4424가구에서 재건축을 통해 최고 35층, 33개동, 5778가구(공공주택 678가구)로 신축된다. 이 중 일반분양 물량은 771가구며 2027년 착공, 2030년 입주가 목표였다.
다만 이 정비계획안은 조합설립인가 이후 변경될 가능성이 크다. 서울시가 최근 '35층 룰'을 폐지한 만큼 기존 35층 정비계획안을 49층으로 높이고 가구수를 늘릴 것으로 보인다. 층수가 상향조정되면, 조합원 추가분담금 문제도 해결될 전망이다. 은마 아파트는 용적률이 204%로 높다보니 재건축 아파트로서의 상징성에 비해 추진이 더뎠다.
한편 은마 아파트는 재건축이 가시화하면서 가격은 반등세를 타고 있다. 전용면적 84㎡의 경우 2021년 11월 최고가 28억2000만원을 기록했지만, 지난해 10월 21억원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지난 5월엔 거주 의무가 없는 경매물건에 45명이 몰려 26억5289만원에 낙찰됐고, 일반 매매에서도 집값이 가파르게 오르더니 지난 7월29일에는 26억5000만원에 거래가 나왔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