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중국산 배터리…벤츠 야심작 '전기 SUV' 타보니 [배성수의 다다IT선]

입력 2023-08-20 08:55
수정 2023-08-20 09:20

한국에서도 중국 업체 배터리를 탑재한 전동화 차량 출시가 잇따르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가 지난달 국내에 선보인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더 뉴 EQE 500 4매틱(MATIC)’ 트림은 중국산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 중에서 가장 고가의 몸값을 자랑한다. 벤츠는 앞서 출시한 EQS를 비롯해 CATL 배터리를 탑재한 전동화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다.

더 뉴 EQE 500은 벤츠가 전기차 전용 아키텍처 ‘EVA2’를 기반으로 개발한 두 번째 전기 SUV다. 회사가 앞서 선보인 전동화 차량과 마찬가지로 중국 배터리 업체인 CATL의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를 탑재했다. 더 뉴 EQE 500의 배터리 용량은 88.8kW(킬로와트)로 회사 측은 1회 충전 시 최대 401km 주행이 가능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국내에선 웬만한 지역은 1회 충전만으로도 충분히 이동 가능하다는 얘기다.

서울과 인천, 경기 등 200여km를 주행해본 결과 소모된 배터리 용량은 55% 정도였다. 도심에서의 전비는 에어컨을 최대한 가동한 상태에서 1kW당 5km 내외로 측정됐다. 이론상 450km는 주행할 수 있다는 얘기다. 차량이 다섯 가지 주행 모드(에코 컴포트 스포츠 인디비주얼 오프로드)를 지원하는데 대부분의 구간에서 연비 효율이 좋은 에코 모드와 컴포트 모드 등을 주로 활용한 결과다. 또한 4가지 회생제동 모드를 지원해 주행 중에도 배터리 충전이 꾸준히 이뤄진다.



전용 전기 모터인 영구 자석 동기식 모터(PSM) 활용한 강력한 주행 성능도 장점이다. 고속도로에서 스포츠 모드로 바꿔 가속 페달을 밟자 운전석의 계기판 숫자가 가파르게 올라갔다. 140~160km의 가속에도 특수 유리막과 보충재 등으로 외부 소음 차단 효과를 높이고 전기차 특유의 편안한 승차감이 압권이다. 더 뉴 EQE 500은 최고 출력 300kW, 최대 토크 858Nm의 성능을 지원한다. 제로백(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에 이르는 시간)도 5초 남짓이다.

더 뉴 EQE SUV에서 눈에 띄는 점은 벤츠 전기차 처음으로 앞차축에 DCU(동력해제장치)가 설치됐다는 점이다. DCU는 전기 모터가 앞바퀴로 전달하는 동력을 끊거나 잇는 역할을 하는 장치다. 더 뉴 EQE는 DCU를 통해 주행 상황에 맞춰 요구되는 출력에 맞춰 자동으로 전륜 모터를 분리해 후륜 구동으로 주행하는 방식으로 연비 효율을 높였다.


다양한 편의 주행 기능을 통한 안정적인 주행도 특징이다. 앞차와의 간격을 유지해주는 기능을 비롯한 드라이브 어시스턴스 패키지 플러스와 운전석에 내비게이션과 속도 등이 표기되는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기본으로 장착된다. 특히 접촉 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혼잡한 도심 주행이나 주차 시에도 편리했다. 신호대기로 차를 멈추거나 좁은 길목을 주행할 때 자동으로 화면에 차 앞쪽 상황이 실시간으로 표시해준다. 길이 5m, 무게 3톤에 달하는 거체임에도 360도 카메라 주차패키지를 활용해 안전한 주차가 가능하다.

주행 성능만큼 외관도 스포티함이 느껴지는 SUV 트림을 구현했다. 근육질의 차량 숄더, 짧은 리어 오버행과 함께 특유의 차체 비율과 공기역학적 디자인으로 시원시원한 느낌이 든다. EQE 세단보다 전장(4880mm)은 짧지만, 전고(1930mm)가 높아 SUV만의 우직함도 있다. 여기에 전면부의 벤츠 패턴 블랙 패널 라디에이터 그릴과 후면부 나선형 테일 램프와 라이트 스트립 등으로 벤츠 전기차 EQ 라인업의 디자인도 계승했다. 실내 디자인은 EQE 세단과 마찬가지로 12.3인치 계기판과 세로형 12.8인치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센트럴 디스플레이가 기본 설치된다. 가격은 1억2850만원부터 시작한다.

배성수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