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 위에 놓인 종이컵 속 유독물질을 마신 30대 여성이 52일째 의식 불명 상태다.
경기도 동두천시에 위치한 한 중견기업에서 근무하는 A씨는 지난 6월 28일 오후 4시, 평소처럼 종이컵을 이용해 물을 마셨다. 현미경 검사를 마친 후 책상 위에 놓인 종이컵을 발견하고, 의심 없이 들이켰던 A씨는 이후 심정지 상태가 돼 현재까지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다. 종이컵 속 액체가 물이 아니었던 것.
A씨는 이 회사 검사실에서 광학렌즈 관련 물질을 검사하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었다. A씨가 마신 종이컵 속 무색 액체는 물이 아닌 불산(hydrofluoric acid)이 포함된 유독성 용액이었다. 불산은 플루오린화수소의 수용액으로 수소와 불소가 합쳐진 불화수소를 물에 녹여 만든다. 주로 세척액으로 사용된다. 직장 동료인 B씨는 검사를 위해 이 용액을 종이컵에 따라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즉각 병원으로 이송된 A씨는 몸 안에 있는 유독성 용액을 빼내기 위해 인공심폐장치(에크모·ECMO)를 달고 투석 치료를 받았다. 이후 맥박과 호흡은 정상으로 돌아왔지만, 의식은 찾지 못한 식물인간 상태다.
사건 발생 후 경찰은 B씨의 고의성이나 회사의 과실 등에 대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까지 목격자 진술과 폐쇄회로(CC) TV를 토대로 진행된 조사에서는 A씨를 해치려 한 고의성은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유독성 물질 관리가 소홀했던 것은 아닌지 관련 법규를 확인하고 법리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