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표 안팔았어요" 했지만…매크로 써서 티켓 1215장 구매, 벌금형

입력 2023-08-19 09:20
수정 2023-08-19 09:21


매크로 프로그램을 사용해 다량의 티켓을 구매한 이력이 드러난 30대에게 벌금형이 선고됐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형사1단독 강성수 부장판사는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이모(33)씨에게 지난 9일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이씨는 서울 마포구의 한 PC방에서 매크로를 돌려 한번에 최대 수십 장을 예매하는 수법으로 지난해 1월부터 7월까지 공연 티켓 1215장을 구매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씨가 이용한 매크로는 컴퓨트에서 할 수 있는 단순 작업을 입력하면 버튼 하나만 눌러도 알아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다. 예매 사이트에서 이용할 경우, 예매에 필요한 여러 단계 정보를 자동으로 입력해 빠른 속도가 관건인 인기 공연 티켓을 손쉽게 구매할 수 있다.

티켓 구매 사이트에서는 공정성을 훼손하는 매크로 이용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특히 매크로를 이용해 다량의 티켓을 구매하고, 이를 되파는 암표 행위가 이어지면서 티켓 구매 갯수 제한, 자동입력 감시 보안 프로그램 등을 이용해 매크로 이용을 제한하는 곳도 늘어나고 있지만, 이를 뛰어넘는 유료 매크로 프로그램도 계속해서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매크로를 이용해 날짜, 좌석, 결제정보 등을 한 번에 입력하는가 하면, 동생과 아버지·할머니 명의 계정까지 동원해 연극 '마우스피스'와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지킬 앤 하이드' 등 인기 작품들의 티켓을 예매했다.

이씨는 "암표로 팔 목적 없이 구매했고, 1215장 중 최종적으로 구매한 건 530장에 불과하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씨가 예매사이트 방침을 어기고 업체 업무를 방해했다고 판단해 벌금형을 선고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