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무직·폭언에 친딸 성추행까지'…남편 살해하려 한 아내

입력 2023-08-18 19:58
수정 2023-08-18 19:59

친딸을 성추행한 남편을 살해하려 한 혐의(살인미수)로 기소된 여성에게 검찰이 일반적인 경우보다 형량을 낮춰 구형했다.

18일 대구지법 형사11부(이종길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살인미수 혐의를 받는 여성 A씨에 대한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징역 3년을 구형했다. 통상 살인미수죄의 경우 징역 5년 이상을 구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와 비교하면 낮은 구형량이다.

검사는 "피고인이 자기 딸을 성추행한 친부인 피해자를 상대로 우발적으로 범행하게 된 것으로 보이고, 피해자를 포함한 가족 모두 선처를 탄원하는 점 등을 고려했다"면서 구형 감경 이유를 설명했다.

A씨는 지난 6월 미리 준비한 흉기 2개를 이용해 잠든 남편 B씨의 두 눈을 찌르고 잠에서 깨어난 B씨에게 흉기를 휘둘러 살해하려다 전치 3주의 상해를 입히고 미수에 그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범행 며칠 전 둘째 딸이 B씨로부터 추행당한 것을 알게 됐고, 남편이 범행을 인정하며 용서를 구했다.

A씨는 남편을 용서하기로 했지만, 잠든 B씨를 보고 딸이 같은 피해를 보지 않으려면 딸과 남편을 영영 격리해야 한다는 생각에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공소 사실을 모두 인정했으며, B씨는 경찰 조사 단계에서부터 A씨와 합의해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뜻을 밝혔다.

이날 A씨 변호인은 "피고인은 남편이 무직인 상태에서 15년간 혼자 벌어 생계를 유지해왔고 남편의 지속적인 폭언에 시달리다 딸을 추행한 것을 알고 범행에 이르게 됐다"면서 "범행을 인정하고 있고 가족 모두 처벌을 원하지 않으므로 선처해 집행유예를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둘째 딸도 법정에 나와 "어머니는 제가 성추행당했을 때도 아버지를 믿고 싶어 하셨다"면서 "20년 가까이 키우신 어머니와 떨어지고 싶지 않은 마음이 간절하다"고 재판부에 호소했다.

A씨에 대한 선고 재판은 오는 25일 열린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