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해 조사받았다. 이 대표는 검찰에 출석하면서 “역사의 심판에는 시효가 없다”며 “정권의 무도한 폭력과 억압은 반드시 심판받고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세 몰리자 지지층 결집 유도이 대표는 이날 검찰에 출석하며 지지자들의 결집을 유도했다. 전날 SNS에 ‘당당하게 맞서겠다’는 글을 올리며 검찰 출석 시간과 장소를 알렸다. 실제 서초동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는 이 대표의 강성 지지자들이 몰리며 선거 유세장을 방불케 했다.
이 대표는 14분간 격앙된 어조로 “어떤 고난에도 굽힘 없이 소명을 다하겠다”며 자신이 정권에 의해 부당하게 핍박받고 있다는 점을 지지자들 앞에서 호소했다. 앞서 세 차례 검찰에 출석할 때 조용한 모습을 연출한 것과 대비된다.
정치권에선 이 대표의 이 같은 행보가 최근 부쩍 좁아진 당내 입지와 무관치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과 김남국 의원 코인 투기 의혹으로 잃은 신뢰를 회복하겠다며 띄운 김은경혁신위원회가 되레 이 대표의 리더십에 큰 상처를 줬기 때문이다.
이 대표가 혁신과 관련해 전권을 위임한다고 공개적으로 힘을 실었지만 친명(친이재명)계 편향성과 노인 폄하 발언, 김은경 위원장 개인사 논란 등으로 동력을 잃었다. 이 대표가 혁신을 앞세워 당내 입지를 강화하려던 시도가 오히려 계파 갈등의 씨앗이 됐다. 전날 민주당 의원총회에서도 이 대표와 지도부를 향해 총사퇴 요구가 나왔다. ○향후 거취 놓고 설왕설래이 대표에 대한 검찰의 추가 구속영장 청구가 기정사실화되면서 민주당은 뒤숭숭한 분위기다. 무엇보다 이 대표의 거취를 둘러싼 관측이 무성하다. 지난달 한 정치평론가는 오는 10월 이 대표 사퇴설을 제기했고, 친명계인 정청래 의원은 유튜브에서 “(당 내부에서) 12월에 이 대표를 흔들 수 있다”고 했다.
당 지도부는 10월 사퇴설이 “지라시 수준의 소설”(조정식 사무총장)이라고 일축하지만, 이 대표의 거취를 둘러싼 논란은 여전하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이 대표 체제로 내년 총선에 임하면 필패”라고 했다. 이 대표도 “총선 승리를 위해 어떤 일도 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어 스스로 물러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이 대표의 임기가 8개월 남게 되는 12월 말을 전후해 당 지도부가 개편될 수 있다는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당헌·당규상 임기가 8개월 넘게 남은 시점에 당대표가 자리에서 내려오면 임시 전당대회를 열어 새로 뽑지만, 8개월보다 적게 남으면 중앙위원회에서 당대표를 선출해 사실상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도록 하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최악의 경우 이 대표가 구속되더라도 내년 총선 공천까지 최대한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방향으로 움직일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이 대표의 ‘옥중 공천’ 얘기마저 나온다.
한재영/설지연/권용훈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