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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산불 피해를 본 미국 하와이주의 전력 공급업체 하와이안일렉트릭이 송전선으로 인한 화재 가능성을 알면서도 미온적으로 대처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의회가 추진한 재생에너지 전환에 우선순위를 두면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6일(현지시간) “하와이안일렉트릭은 2019년부터 전력선에서 불꽃이 튀는 것을 막기 위해 훨씬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지만 4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 작업을 거의 완료하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하와이안일렉트릭은 이번 산불의 피해 원인을 제공했다는 혐의로 주민들로부터 피소됐다. 허리케인이 마우이섬에 불어닥쳤을 때 송전선이 끊기면서 스파크를 일으켜 산불이 발생했고, 전신주와 전선이 초목에 접촉한 걸 알면서도 전력을 끊지 않았다는 게 주민 측 주장이다.
하와이안일렉트릭은 이런 화재 가능성을 파악하고 있던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북부 캘리포니아에서 84명의 사망자를 낸 파라다이스 마을 화재 이후 하와이안일렉트릭은 규제 서류에서 이 같은 송전선 화재 가능성을 거론했다. 이듬해에는 보도자료를 통해 절연 전선을 도입해 스파크 위험을 최소화하고, 전선이 초목과 접촉하는 것을 감지하는 기술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럼에도 화재 예방이 제때 이뤄지지 않은 것은 재생에너지 전환에 집중한 결과로 보인다. 2015년 하와이 주의회는 미국 최초로 주 사용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부응해 하와이안일렉트릭은 2017년 예정보다 5년 앞당겨 목표를 실현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2020년 경영진 감사 결과 하와이안일렉트릭은 재무 위험에만 초점을 맞추고 운영 및 사업 위험은 소홀히 다룬 사실이 확인됐다. 송전선 운영 부서에는 심각한 관리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