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10년물 국채금리 15년 만에 최고…주담대금리도 年 7% 넘어

입력 2023-08-17 18:14
수정 2023-08-18 02:18
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글로벌 금리의 지표 역할을 하는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15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미국 경기 침체 확률이 낮아진 상황에서 미 국채 공급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추가 긴축에 나설 것이란 우려도 국채 금리를 끌어올린 요인이 됐다.

16일(현지시간)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전날보다 0.049%포인트 오른 연 4.27%를 기록했다. 종가 기준으로 2008년 6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2008년 6월은 리먼브러더스 사태(2008년 9월)로 Fed가 초저금리 정책을 펼치기 직전 시점이다. 최근 20년간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평균 연 2.9%였다.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1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것은 긴축에도 잘 버티고 있는 미국 경기 때문이다. 견조한 경제지표가 잇따라 나오면서 침체 없이 인플레이션을 잡을 수 있다는 연착륙 기대가 커지고 있다.

이날 발표된 미국 경제지표도 연착륙 쪽에 가까웠다. 7월 산업생산은 전월 대비 1% 증가했다. 3분기 성장률 전망치도 올라가고 있다. 애틀랜타연방은행의 국내총생산(GDP) 추정 플랫폼인 ‘GDP나우’는 미국의 3분기 경제성장률(전 분기 대비) 전망치를 5.0%에서 5.8%로 올렸다.

국채 시장의 수급 상황도 금리 상승을 자극하고 있다. 미 재무부는 지난 2일 분기별 국채 발행액을 종전 960억달러에서 1030억달러로 늘렸다. 미국이 국채 발행 규모를 확대한 건 2년여 만의 일이다. 인프라법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반도체지원법 등으로 늘어난 지출을 국채로 충당하겠다는 게 조 바이든 행정부의 계획이다. 반면 국채 수요는 줄었다. 미 국채의 최대 큰손인 Fed는 양적긴축을 통해 국채 보유량을 줄이고 있고 일본과 중국도 미 국채를 던지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미 국채 보유량도 6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Fed가 예상보다 길게 긴축 정책을 이어갈 것이라는 우려도 금리를 끌어올렸다. 이날 공개된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 따르면 Fed 인사들은 “인플레이션을 목표치인 2%로 되돌리기 위해 충분히 긴축적인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고공행진을 하자 주택담보대출 30년 만기 고정 금리도 이날 연 7.16%로 2001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에서 주택담보대출 이용자의 90%는 연 6% 미만의 금리를 적용받고 있지만 주택대출 금리가 오르면서 신규 주택 구매 수요가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다.

래리 서머스 전 재무부 장관은 이날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향후 10년간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평균 연 4.75% 정도를 나타내거나 그 이상으로 높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워싱턴=정인설/뉴욕=박신영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