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급 서비스로 '만실'…MZ세대 몰려드는 日 기업형 임대주택

입력 2023-08-17 18:11
수정 2023-08-28 15:36

일본 도쿄 중심부에서 지하철로 20분 남짓 거리에 있는 기타구 ‘콤레지 아카바네’. 주택 전문 건설사인 하세코그룹이 2020년 조성한 기업형 임대주택 단지다. 검은 철문을 열고 단지에 들어서면 통유리 너머 넓은 잔디밭과 벤치, 테이블, 정원 등 휴양지 리조트를 연상케 하는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그 맞은편에는 현대식 도서관처럼 지어진 공유 오피스가 있다. 사전에 ‘입주자 설문’을 통해 다양한 부대시설을 갖춘 게 입주율 100%에 대기자까지 있는 이유다.

일본은 ‘기업형 임대주택의 천국’으로 불린다. 전체 임대주택 1906만여 가구의 80%인 1529만여 가구를 민간에서 관리한다. 공공에서 임대하는 비율은 9.69%에 그친다. 임대시장에서 임대가격 안정 속에 민간 기업 간 서비스 차별화 경쟁이 활발하다. ○입주율 100%…설문조사 적극 반영 콤레지 아카바네는 단지 가운데 정원을 중심으로 주거 공간과 커뮤니티 공간, 식당 등이 둘러싸고 있다. 입주민은 공유 오피스 곳곳에서 노트북을 펼치고 자유롭게 일한다. 가장 인기가 많은 곳은 주거동 곳곳에 마련된 소규모 모임 공간이다. 프라이빗 공간을 원하는 젊은 입주자 의견을 수렴해 조성했다.

커뮤니티시설에는 피트니스센터와 노래방, 라운지, 스터디룸, 강연장 등이 조성돼 있다. 주기적으로 입주민이 원하는 강사를 초청해 다양한 강연을 한다. 공유 주방에서는 매일 입주민이 음식을 나누고 대화하는 시간이 마련된다. 단지 내 모든 구역은 CCTV를 이용해 안면인식으로 출입하는 등 첨단 보안 시스템이 적용됐다.

주택 전용면적은 40~50㎡ 수준인데 입주자가 직접 공간을 구성할 수 있다. 임대료는 월 9만5000엔(약 85만원) 수준으로 주변 임대주택보다 다소 비싸다. 하지만 호텔과 같은 컨시어지 서비스에 관리비, 커뮤니티시설 이용료까지 포함돼 입주자 만족도가 더 높다. 한 끼 500엔(약 4500원)에 식사도 제공된다. 민간업체가 토지 매입부터 건설, 임대관리, 커뮤니티시설 운영까지 책임지는 게 입주율 100%를 유지하는 비결이다. ○임대 사기 등 고질병 민간이 해결1990년대 일본에서 버블경제 붕괴 후 경기 침체가 길어지자 주택 공실률이 높아졌다. 뒤이어 임대주택 품질 저하, 임대 사기, 집주인 갑질 등이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 집주인이 갑자기 황당한 조건을 내세워 세입자를 내쫓는 일이 다반사였다. 정부는 1999년 특별법을 제정하면서 임대차시장을 ‘기업형 임대’로 재편했다. 규제보다 시장 활성화에 집중한 결과 20여 년 만에 기업형 임대는 주류가 됐다.

주택임대관리회사인 다이토겐타쿠그룹은 지난 3월 기준 125만9000가구의 임대주택을 관리 중이다. 일본주택임대관리협회에 따르면 세키스이그룹 레오팰리스21 등 상위 여섯 개 업체가 주택 403만 가구를 관리하고 있으며 지난해 이들 업체 매출은 10조4516억엔에 달했다. 개인이 집을 소유하더라도 임대차 계약부터 관리는 기업이 맡는다. 임대관리업체만 9000개에 달한다.

자본력과 규모의 경제를 갖춘 민간 기업이 임대주택시장에서 경쟁하다 보니 집주인과 세입자 모두 만족도가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집주인은 세입자가 있든 없든 안정적으로 월세를 얻는다. 세입자는 기업으로부터 집수리 등 전문적인 주택 관리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집주인과 세입자가 일면식도 없는 단지가 부지기수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적극 도입하며 서비스 개선 경쟁이 한창이다.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수리공을 집안으로 들이지 않고 수리하는 ‘비대면 집수리’ 서비스 등이 대표적이다.

도쿄=유오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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