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와 복지, 통신, 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의 개인정보를 결합해 맞춤형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마이데이터 제도가 2025년 도입된다. 국민들이 자신의 데이터를 관리할 수 있는 마이데이터 지원 플랫폼도 구축된다.
정부는 17일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수출투자대책회의에서 관계부처 합동으로 이 같은 내용의 국가 마이데이터 혁신 추진전략을 발표했다.
마이데이터는 자신의 개인정보를 원하는 곳으로 이동시켜 본인이 원하는 서비스에 활용할 수 있는 제도다. 현재는 금융, 공공 등 한정된 분야에만 마이데이터가 도입됐다. 지난 3월 개인정보보호법을 개정하면서 근거가 마련됐고 2025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할 계획이다. 지금까지는 기업·기관의 개인정보 활용에 동의하면 그 뒤로는 데이터를 활용하고 관리할 때 수동적인 입장에 놓일 수밖에 없었다.
미국,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마이데이터 서비스가 일부 도입되고 있지만 국가 차원에서 법적·기술적 인프라를 마련해 전 분야 마이데이터를 추진하는 것은 한국이 세계 최초라는 설명이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기업·기관별 칸막이에 가로막힌 데이터를 정보 주체 의사에 따라 이동시킴으로써 데이터 유통 채널을 대폭 확장할 수 있다”며 “한국이 보유한 높은 수준의 통신·정보기술(IT) 인프라와 공공·민간이 축적한 데이터 등을 감안할 때 데이터 산업의 퀀텀 점프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초기에 국민 체감효과가 높은 분야부터 마이데이터를 우선 도입하고 단계적·점진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보건의료, 복지, 통신·인터넷 서비스, 에너지, 고용노동, 부동산, 교육, 유통, 여가 등을 10대 중점부문으로 선정했다. 각 부문에서도 전송정보 범위와 전송 의무자 대상을 단계적으로 확대한다.
정부는 마이데이터 제도에 따라 다양한 서비스가 생겨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존에 확보하기 어려웠던 다양한 데이터를 융합해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하고 기업 간 경쟁·협업도 활성화될 것이란 얘기다.
카드 결제 명세와 숙박시설 예약 정보, 교통수단 예약 정보나 내비게이션 목적지·출발지 등을 결합해 여행 명소나 맛집을 추천해줄 수 있다. 만성질환 병력과 전기·가스·수도 등 에너지 사용량, 스마트폰 깨움 횟수 등의 데이터를 종합해 소외 계층의 고독사를 막는 것도 가능하다.
금융, 공공 등 마이데이터가 이미 도입된 부문에서는 신규분야 데이터를 융합해 서비스를 고도화한다. 정부는 2027년까지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마이데이터 선도 서비스를 30개 지정한다는 계획이다.
마이데이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높이기 위해 프라이버시 보호 대책도 수립한다. 필요한 정보를 최소한으로 수집하고, 전송받은 데이터는 전송 목적 범위 내에서만 활용하는 등 마이데이터 안전 준칙을 마련한다. 국민의 마이데이터 권리 행사를 돕는 마이데이터 지원 플랫폼도 구축한다. 본인의 개인정보 전송 이력을 확인할 수 있고, 원치 않는 전송은 중단하거나 기존 데이터 파기도 요청할 수 있다.
데이터 경제의 혁신동력을 떨어뜨리지 않도록 민간 부담을 완화한다는 원칙도 세웠다. 정보수신자 기준과 관련해 개인정보의 안전한 처리에 필요한 시설과 기술 요건은 면밀히 설정하되 진입규제는 최소화한다. 다만 의료 등 민감정보를 대규모로 취급하는 등 공적 보호가 요구되는 영역은 허가제로 운영한다.
서로 다른 분야 간 데이터 이동과 연계를 촉진하기 위해 데이터를 표준화해 수신자에게 전송하는 중계 전문기관을 지정하고 표준 참조 중계모델도 마련한다.
기존 금융 마이데이터 사업과 비교해 다루는 정보량이 훨씬 많은 만큼 플랫폼, 통신 기업부터 스타트업까지 다양한 기업이 시장에 뛰어들 전망이다. 정부는 마이데이터를 통해 데이터 시장 규모가 2021년 23조원에서 2027년 58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마이데이터 기업도 500개 이상 생겨날 것으로 내다봤다.
고학수 개인정보위 위원장은 “마이데이터는 한국에서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역동적 데이터 생태계가 창출될 기회”라며 “선도 프로젝트를 적극 발굴?확산해 국민이 신뢰하는 마이데이터 시대를 열어나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