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사망한 교사가 업무용 메신저인 '하이톡'으로 다수의 학부모에게 민원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경찰은 "고인의 개인 번호로 학부모가 직접 전화한 내역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으나, 휴대전화가 아닌 다른 경로로 민원이 제기된 셈이다.
서울교사노동조합(서울교사노조)은 16일 오후 보도자료를 통해 유족 측이 공개한 고인의 하이톡 내용을 공개했다. 3월 6일~7월 14일 한 학기 동안 고인과 학부모가 나눈 이야기가 담겨있었다.
서울교사노조에 따르면 전체 반 학생 26명의 학부모 가운데 10여 명은 '우리 아이가 놀림 혹은 폭행을 당했으니 확인해달라'는 취지로 고인에게 하이톡으로 피해를 호소했다.
한 학부모는 "신고까지는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만 개선 의지가 크게 보이지 않아 고민 중이다"며 "서로 어울려 노는 것도 아닌데 지속적으로 와서 그렇게 만지고 듣기 싫은 말을 하는 건 엄밀히 학교 폭력에 해당하는 사안인 것 같다. 상대방 ○○이 어머니는 이 일에 대해 알고 훈육하고 계시는지 궁금하다"는 하이톡을 보내기도 했다.
고인은 학부모들의 민원에 대해 "제가 전화 드리겠다", "제가 미처 살피지 못했다", "송구스럽다" 등의 말을 반복했다고 서울교사노조는 밝혔다.
또한 하이톡에선 이른바 '연필사건'과 관련된 대화도 발견됐다.
노조에 따르면 연필 사건이 발생한 지난달 12일 피해자 학부모는 사진과 함께 고인에게 하이톡으로 '통화를 원한다'는 문자를 남겼고, 고인은 해당 학부모와 두 차례 통화했다.
가해자 학부모 또한 이날 오후 9시쯤 고인의 개인 휴대전화로 장문의 문자를 보냈다.
노조는 다음날인 13일에도 고인이 피해자 학부모, 가해자 학부모와 여러 차례 하이톡과 학교 전화를 주고받았고 그날 오후엔 고인의 어머니에게 '너무 힘들다'는 카톡을 보내는 등 실제로 어려움을 겪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고인이 숨진 채 발견된 전날인 지난달 17일 고인이 하이클래스 속 게시판인 '알림장'에 적은 내용을 공개했다.
알림장에는 "담임교사에게 용무가 있으실 경우 하이톡 또는 교실 내선전화로 연락 바랍니다"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그동안 학부모와의 하이톡 내용을 알림장처럼 공개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고인뿐만 아니라 학부모의 글도 있는 쌍방 소통이다 보니 유족 측이 공개를 원치 않았다"고 밝혔다.
이현주 한경닷컴 기자 wondering_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