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 디폴트 우려로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중국 부동산 위기가 중국 경제 전반의 불안으로 확산하고 있다. 부동산 개발업체 줄도산 공포가 부동산신탁회사의 유동성을 악화하는 가운데 주택 가격 하락세까지 가속화하면서 중국 경제가 장기적인 저성장에 들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 금융당국은 51조원 규모의 유동성을 단기금융시장에 투입하는 한편 자산운용사에 주식 순매도 금지령을 내리는 등 시장 불안 달래기에 나섰다. ○신규 주택가격 2개월 연속 하락
16일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 7월 중국 70개 도시 중 50곳에서 신규 주택가격이 전월 대비 떨어졌다. 올 들어 가장 많았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11월 대출 규제 완화와 각종 금융 지원 등 다양한 부동산 경기 부양책을 내놨다. 그러나 올 들어 상승세로 전환한 신규주택 가격은 6월에 전월 대비 0.06% 떨어진 데 이어 7월엔 0.23%로 하락폭이 더 커졌다. 투자은행 UBS의 왕타오 중국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추가적인 주요 정책이나 재정 지원이 없으면 부동산 시장은 더 악화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중국의 부동산 가격 하락은 실물 경제 성장세 둔화, 부동산 개발회사의 디폴트(채무불이행), 부동산 관련 그림자 금융 상품 부실의 출발점이다. 부동산 가격 하락세가 진정되지 않으면 중국 경제는 경착륙에 빠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시장의 불안이 확산되자 이날 중국 인민은행은 7일 만기 역레포(역환매조건부채권) 계약을 통해 2970억위안(약 51조원)의 유동성을 시장에 투입했다. 2월 이후 단기 자금 투입 규모로는 최대다. 중국 상하이·선전 증권거래소는 자국 대형 자산운용사에 중국 주식을 하루 기준 순매도하지 말라는 지침을 내렸다. 하루 매도 규모가 매수 규모를 초과해선 안 된다는 뜻이다. ○블랙록·피델리티도 물렸다비구이위안은 16일 “채권 상환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크다”고 공시했다. 결국 디폴트를 피하기 어려운 상황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했다. 비구이위안은 7일 만기가 도래한 달러 표시 채권의 이자 2250만달러를 지급하지 못해 디폴트 위기에 처했다. 30일 후에도 이자를 내지 못하면 디폴트 처리된다.
월가 금융사도 직접적인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지난 11일 기준 비구이위안의 달러 표시 채권 3억5190만달러어치(약 4700억원)를 보유하고 있다. HSBC와 독일 보험회사 알리안츠는 6월 말 기준 비구이위안 채권을 각각 3억4360만달러, 3억100만달러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했다. 피델리티(1억8710만달러)와 JP모간체이스(1억1600만달러) 등도 투자했다. 비구이위안 채권을 많이 보유한 10개 기관투자가의 투자 규모 합계는 17억6230만달러(약 2조3600억원)다.
비구이위안이 채무 구조조정을 하면 역외 채권자는 국내 채권자보다 후순위에 놓여 제대로 보상받기가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중국 대형 신탁회사 중룽국제신탁이 상품 30종의 상환에 실패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사태가 더 커질 가능성도 상당하다. 중룽국제신탁이 판매한 상품 270종, 금액으로는 395억위안(약 7조2000억원)어치가 올해 만기를 맞아서다.
일각에선 2015년 여름 상하이증시 폭락이 뉴욕증시 조정으로 이어진 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당시 상하이증시는 중국 저성장 우려 등으로 6월부터 8월 말까지 약 40% 폭락했다. 그해 상반기 강세이던 뉴욕증시도 하반기 중국 증시 여파로 조정받으며 다우지수가 연간 기준 2.2% 하락했다. 서구권과 달리 금융 시스템을 통제하는 중국 정부가 나서면 당장의 위기는 가라앉을 것이란 기대도 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