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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의 삼성그룹’으로 알려진 빈그룹이 세운 전기차 제조업체 빈패스트가 15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 성공적으로 데뷔했다. 상장 첫날부터 시초가 대비 70%가량 뛴 가격에 거래를 마치며 포드, 제너럴모터스(GM), BMW 등 미국과 유럽의 전통 내연기관 제조사의 시가총액을 단숨에 뛰어넘었다. 빈패스트는 2025년부터 미국에서 연간 15만 대의 전기차를 생산할 계획이다. 하지만 거품 논란도 적지 않다. 빈패스트의 부채 규모가 보유 현금의 16배에 달하는 데다 차량 품질에 대한 악평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22달러 개장, 종가는 37.06달러
이날 나스닥시장에서 빈패스트는 주당 22달러에 출발했다. 우회 상장 통로가 된 기업인수목적회사(SPAC) 블랙스페이드에퀴지션은 애초 이 회사 가치를 230억달러(약 31조원·주당 10달러)로 평가했다. 시초가부터 평가 가치의 두 배 이상을 인정받은 셈이다.
이날 빈패스트 종가는 37.06달러였다. 시초가 대비 68% 이상 뛴 수준이며, 시가총액은 850억달러(약 114조원)를 웃돈다. 이는 미국 내 모든 전기차 스타트업의 시총을 합친 금액보다 많다. 포드(480억달러), GM(470억달러), 현대차그룹(621억달러), BMW(684억달러), 폭스바겐(695억달러), 메르세데스벤츠그룹(795억달러) 등보다 시총 규모가 크다. 글로벌 자동차 업체 중 빈패스트보다 시가총액이 큰 기업은 테슬라(7300억달러)와 도요타(2681억달러)뿐이다. ○팜녓브엉 회장 자산 52조원 더 불어나뉴욕 월가에선 빈패스트의 모회사인 빈그룹의 팜녓브엉 회장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팜녓브엉 회장은 2017년 빈패스트를 세웠다. 빈패스트 보통주 23억 주의 99%를 실질적으로 소유하고 있다. 그는 빈패스트 상장으로 순자산이 390억달러(약 52조원) 불어났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팜녓브엉 회장은 모스크바에 유학하던 중 소련이 붕괴하면서 1993년 우크라이나로 이주했다. 그는 이곳에서 인스턴트 국수 제조업체인 테크노컴을 설립해 매출 규모 연 1억달러의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이후 2000년 베트남으로 돌아와 사업 확장에 나섰다.
특히 부동산 부문에서 큰돈을 벌었다. 2017년은 빈그룹의 최대 전환점이었다. 빈패스트를 이때 설립했으며 같은 해 10월에는 제약업체 빈파, 이듬해엔 스마트폰 제조업체 빈스마트를 잇따라 세웠다. ○거품 논란 끊이지 않아빈패스트의 성공적인 상장에도 거품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실적은 시장 기대에 비하면 저조한 편이다. 올해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9% 줄었고, 5억9800만달러의 영업손실이 발생했다. 지난해 연간 손실은 21억달러에 달한다. S&P글로벌모빌리티에 따르면 지난 6월까지 미국에서 정식으로 등록된 빈패스트 차량은 137대에 불과했다.
빈패스트는 보유 현금에 비해 부채도 과도하게 많다. 2023년 1분기 말 기준 빈패스트의 총 현금은 1억5800만달러에 불과하지만 총부채는 26억달러에 육박한다. 주가에 거품이 끼었다는 것은 주가매출비율(PSR)에서도 나타난다. 빈패스트의 PSR은 15.85배다. 루시드와 리비안 등 기존 전기차 업체의 올해 예상 매출을 기반으로 한 평균 PSR은 약 3.35배다.
빈패스트가 이 비율에 도달하려면 미국 생산을 시작하는 내년에 260억달러 이상의 매출이 필요하다. 시킹알파는 “최대 생산 능력을 발휘하더라도 현재 제품 라인업의 판매 가격을 고려할 때 이 수치를 달성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빈패스트는 미국 현지 공장 건설과 더불어 유럽 시장 진출을 위한 규제 인증에 나서는 등 공격적으로 사세를 확장하고 있다. 올해 말까지 미국에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인 ‘VF9’을 출시할 계획이다.
장서우 기자/뉴욕=박신영 특파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