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교통요지에 파격 용적률…'초역세권 임대' 확 늘렸다

입력 2023-08-16 18:32
수정 2023-08-28 13:45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노스뉴햄프셔애비뉴에 있는 7층 높이의 한 신축 아파트. LA지하철 B라인 버몬트선셋역에서 도보 3분 거리의 역세권 단지다. 대형병원 클러스터와 LA시티칼리지도 가깝다. LA 임차료는 중산층도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지만, 이 단지는 92가구 중 11가구에 저소득층이 거주한다. 수요가 많은 교통 중심지에 임대주택을 늘리도록 유도하는 ‘대중교통 중심지(TOC) 인센티브 프로그램’에 따라 개발됐다. 주택의 10~25%를 저소득층에 배분하는 대신 용적률 등 규제 완화로 사업성이 높은 편이다. 시장원리를 활용해 민간 공급을 늘리는 주거난 해법이 국내와 차이가 있다는 평가다. ○임대주택 지으면 가구 수 80% 추가 LA시가 2017년 도입한 TOC 인센티브 제도는 교통 밀집도에 따라 4개 구역으로 나눠 인센티브와 저소득층 배정 비율을 차등 적용한다. 일반버스 정류장이나 지하철역에서 804m(0.5마일) 이내에 짓는 아파트여야 최소 기준인 티어1을 받을 수 있다. 교통이 좋을수록 티어는 올라간다. 지하철 환승역이나 간선급행버스 정류장에서 228m(750피트) 이내에 있는 초역세권 입지는 티어4로 분류된다.

도시 개발 규제가 많은 LA에서 민간 디벨로퍼가 TOC 인센티브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하는 이유는 파격적인 혜택 때문이다. LA는 아파트 건축 규제가 세세하게 규정돼 있다. 예컨대 주거지 분류 중 하나인 R3는 최소 465㎡(5000스퀘어피트)의 대지면적에 건물 높이를 3층(45피트)까지만 올릴 수 있다. TOC 인센티브를 적용받으면 가구 수는 규정보다 50%(티어1)에서 80%(티어4)까지 늘릴 수 있고, 용적률도 40~55%포인트 더 준다.

저소득층 가구 임차료는 월소득 30% 이내에서 책정된다. 캘리포니아주 극빈층의 79%가 소득의 절반 이상을 주거비로 쓰는 것과 비교하면 부담이 절반 아래로 내려가는 셈이다. LA에서 작년 말까지 TOC 인센티브를 통해 3만6968가구가 공급됐다. 이 중 8081가구(22%)는 저소득층 몫으로 돌아갔다. 건축가 겸 디벨로퍼인 션 모 앤드모어파트너스 대표는 “저소득층 가구를 같은 층에 몰아넣거나 일반 가구보다 작게 만들어선 안 된다”며 “완벽한 ‘소셜믹스’(분양과 임대주택 혼합 배치) 구조로 설계한다”고 설명했다. ○‘세액공제권’ 매매해 사업비 조달미국에선 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다양한 인센티브를 활용한다. 시장에서 인센티브가 유연하게 적용되는 게 공급 활성화의 비결이다. 중앙정부가 활용하는 ‘당근’은 세제 혜택이다. 1986년 도입한 ‘저소득층 지원 주택세액공제(LIHTC)’ 프로그램은 세액공제(크레디트)를 통해 전체 프로젝트 비용의 최대 70%를 보조해주는 대신 저소득층에 최소 15년간 임대주택을 제공하도록 한 제도다. 크레디트를 일시에 매각한 뒤 건축비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 초기 자금 부담을 크게 줄여준다. 미국에서는 작년까지 LIHTC를 통해 약 355만 가구가 공급됐다.

LIHTC를 포함한 장기 임대 사업은 유동화 등을 통해 중간에 다른 업체에 사업을 넘겨 엑시트(투자금 회수)할 수도 있다. 건설임대와 매입임대의 세금 구조가 달라 임대사업에 한 번 참여하면 10년 넘게 발이 묶이는 우리나라와 대비된다. 커크 매클루어 캔자스대 도시계획학과 교수는 “은행의 법인세율은 21%에 달해 세액공제권 수요가 적지 않다”며 “LIHTC 크레디트에 투자하면 부동산 감가상각에 따른 세금 공제를 받고 지역재투자법(CRA) 포인트를 쌓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구글이나 버라이즌 같은 정보기술(IT) 기업도 LIHTC에 투자하기도 한다.

LIHTC에 참여한 개발업체는 전체 가구의 20% 이상을 중위소득 50% 미만 가구에 공급하거나, 40% 이상을 중위소득 60% 미만 가구에 최소 15년 배분해야 한다. 원종호 홍익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건설사가 주택을 공급할 지역을 자율로 정할 수 있는 것도 LIHTC가 활성화한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로스앤젤레스=이인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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