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가 광주공장을 전남 함평군으로 옮기는 작업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강기정 광주시장이 “공장을 이전하겠다는 확신만 주면 용도변경을 약속하겠다”고 선언한 것이 이전 작업의 기폭제가 됐다는 평가다.
16일 광주시와 금호타이어 등에 따르면 금호타이어는 최근 광주공장 부지를 매수할 후보를 물색하는 등 공장을 옮기기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이 회사는 설비 노후화와 공장 가동률 저하 등을 이유로 2019년부터 광주공장 이전을 추진해 왔다. 2021년엔 함평 빛그린국가산업단지로 이전 후보지를 확정했다.
금호타이어는 이전 작업을 준비하면서 “현재 광주공장 부지를 상업용지로 변경해야만 이전 비용을 마련할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광주시가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서 도시지역 지구 단위 계획구역 지정 대상 지역은 유휴토지 또는 대규모 시설의 이전 부지로 한정함에 따라 공장을 폐쇄해야만 토지 용도 변경 등을 협상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이전 작업은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못했다. 중국 기업이 대주주인 금호타이어가 공장 부지 매각 자금만 챙기고 광주 지역에서 신규 투자 등에는 소극적일 수 있다는 우려도 걸림돌로 작용했다.
그러던 차에 광주시가 지난 14일 입장을 바꾸면서 광주공장 이전 작업이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시는 금호타이어가 매매계약서 등을 통해 이전 추진 의사를 증명하면 용도변경을 약속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강 시장은 “절차상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이 가동을 멈춰야 최종 용도변경 도장을 찍을 수 있는 것은 변함없는 사실”이라며 “다만 금호타이어가 일단 계약한 땅에 새로운 공장을 짓기 시작하고, 고용 조건 승계 여부 등 몇 가지 조건만 제시한다면 광주시도 곧바로 용도변경 검토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호타이어 측은 함평으로 이전하겠다는 확약과 증빙자료를 제출하면 광주공장을 가동하고 있더라도 광주시가 용도변경을 검토할 수 있다는 의지를 내보였다고 보고 있다.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광주시의 탄력적인 행정절차 운용 방침이 부지 매수 후보자들이 그동안 우려했던 사업의 불확실성 및 의구심을 줄이는 데 긍정적인 신호를 줬다”고 말했다.
광주시는 금호타이어 이전이 현실화하면 KTX 투자 선도지구 사업을 통해 현재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이 있는 송정역 일대를 물류·교통의 허브이자 산업·업무·주거 융복합 지구로 개발할 방침이다.
광주=임동률 기자 exi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