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눈을 왜 그렇게 떠."
먼 곳을 볼 때 눈을 찡그리는 사람들이 심심찮게 눈에 띈다.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한국의 대도시 청소년의 근시(멀리 있는 것을 또렷하게 보지 못하는 것) 비중은 약 97%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마트폰 등을 비롯한 IT 제품의 사용이 늘어난 결과 등으로 풀이된다.
올해 9월. 애플 아이폰은 시력 훼손을 막기 위한 기능을 줄줄이 탑재한다. 13세 미만 사용자의 아이폰·아이패드 등엔 이 같은 기능이 기본 설정으로 내장된다.
아이폰을 비롯한 스마트폰이 시력 건강을 해친다는 지적이 있다. 애플은 이 같은 지적에 대응해 시력을 지키기 위한 대응 방안·기능을 꾸준히 개발하고 있다. '시력 지킴이'를 자처한 애플은 오는 9월 공개할 차기 운영체제인 ‘iOS17’등을 통해 이 같은 기능을 선보인다. "아이폰에서 30㎝ 떨어지세요"…시력 건강 기능 보강애플 클리니컬 팀 리더를 맡고 있는 로렌 청 박사는 지난 16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애플은 사용자가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한편 아이들이 시력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바람직한 습관을 길러주는 데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로렌 청이 이끄는 클리니컬 팀은 애플 제품의 건강 관련 기능 설계 등을 주도하고 있다.
애플 선보일 '시력 지킴이' 기능의 하나는 '스크린 디스턴스(Screen Distance)'다. 이 기능은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에 얼굴을 너무 가까이 가져다 대면 경고해 주는 기능이다. 애플의 페이스ID(안면인식 기능)를 지원하는 트루뎁스 카메라가 아이폰 화면과 사용자의 눈 사이의 거리가 약 30cm 미만이면 "너무 가깝다"라는 경고 메시지를 화면에 표시하게 된다. 화면에서 일정 거리를 유지하게 한 다음 ‘계속’ 버튼을 눌러야 정상적인 기기 사용이 가능하다.
이 기능은 어린이 사용자의 근시 위험을 낮춘다. 성인 사용자도 이 기능으로 눈 피로도를 크게 낮출 수 있다. 청 박사는 "이 기능은 13세 미만 사용자의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에 기본으로 설정될 예정"이라며 "13세 미만 사용자들이 좀 더 나은 건강 습관을 기를 수 있도록 돕는다"고 말했다.
"햇볕 더 쬐야해요" 일광 권유 기능도 보강 애플은 차세대 애플워치 운영체제인 'watchOS 10'을 통해 사용자가 하루 동안 햇볕을 얼마나 쬐는지 측정하는 '일광 시간' 기능도 지원할 계획이다. 애플워치는 주변광 센서를 활용해 일광 시간을 측정할 수 있다. 이같이 측정한 데이터는 아이폰과 아이패드 건강 애플리케이션(앱)에서 볼 수 있다.
개인의 일광 시간은 시력과 정신건강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 국제근시학회(International Myopia Institute)은 어린이들의 시력 건강을 위해 하루 80~120분 이상 야외 활동을 권장하고 있다. 청 박사는 "나이가 들수록 안구도 성장한다"며 "실외에서 햇볕을 받으면 안구가 건강하게 자라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애플 제품을 쓰는 어린이 사용자의 일광 시간 데이터는 부모에게도 공유된다"며 "부모가 이 데이터를 통해 아이들의 건강을 더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광 시간 기능은 정신 건강도 뒷받침한다. 야외에서 햇볕을 쬐면 긍정적 태도를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여기에 비타민D 생성을 돕는 데다 수면의 질을 향상하는 데도 긍정적 영향을 준다.
애플이 시력 건강에 관심이 높은 것은 근시 환자들이 빠르게 늘어나는 것과 맞물린다. 국제근시학회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의 30%가 근시라고 추정했다. 2050년에는 전 세계 인구 50%가 근시다. 아시아의 경우 근시 비중이 높다. 아시아의 경우 상대적으로 전자제품 화면을 가까이서 시청하는 사용자가 많은 데다 외부 활동 시간도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청 박사는 "일부 국가에서는 10대 후반 청소년 가운데 80~90%가 근시로 나타났다"며 "근시는 일반적으로 5~15세 연령에서 일반적으로 발생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근시가 일찍 발생할수록 시력 상실을 포함한 심각한 합병증 위험이 커진다"며 "그만큼 어릴수록 시력 건강을 더 챙겨야 한다"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