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위기에 흔들리는 中 에버그란데…구원투수로 나선 두바이

입력 2023-08-16 09:02
수정 2023-09-15 00:02


두바이 전기차 회사가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 처한 중국의 부동산 그룹 헝다(에버그란데)의 전기차 사업부에 투자하고 나섰다. 5억달러를 수혈받은 헝다는 운영자금을 확보하게 된다. 파산 위기에 놓인 전기차 사업부도 긴급 수혈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1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두바이의 전기차 기업 NWTN은 헝다그룹의 전기차 자회사인 에버그란데 신 전기차 그룹(NEV)의 지분 27.5%를 5억달러에 매입할 계획이다. 거래가 완료되면 헝다그룹의 NEV 지분율은 종전 59%에서 46.8%로 감소한다. 모회사 지위를 내려놓게 되는 것이다.

이번 거래를 통해 NTWN은 헝다 전기차 회사 이사회 구성원의 과반을 확보하게 된다. 사실상 인수를 염두에 둔 전략적 투자라는 평가다. NTWN은 헝다 그룹의 채권단이 요구한 부채 구조조정 조건에 따라 27억달러 규모의 부채 스와프 계약도 체결할 계획이다. 대출금의 일부를 NEV 주식과 교환하는 조건이다.

헝다 그룹이 디폴트를 선언한 뒤 NEV의 적자 폭은 갈수록 증가했다. 2021~2022년 순손실 규모는 약 117억달러에 달한다. 지난 3월에는 새로운 투자자를 유치하지 못할 경우 기업 파산을 선언해야 한다는 관측도 나온 바 있다.

NEV는 이번 거래로 확보한 자금을 운영자본으로 쓸 예정이다. 2021년 헝다 그룹이 디폴트를 선언한 뒤 공장을 가동할 자금을 소진한 바 있다. NEV 관계자는 WSJ에 "(NTWN의 투자는) 고갈된 자금을 다시 회복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었다"라고 설명했다.

NWTN이 NEV에 투자했다는 소식에 홍콩 증시에서 NEV의 주가가 급등했다. 15일 장중 전 거래일보다 47% 폭등한 2.24홍콩달러를 기록했다. 시가총액은 24억달러로 집계됐다. 2021년 4월에는 주가가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800억달러를 넘긴 바 있다. 포드와 제너럴모터스(GM)를 웃도는 수치다.

NWTN은 중국의 전기차 기업 아이코닉 모터스의 최고경영자(CEO)인 앨런 난 우가 2016년 두바이에 설립한 전기차 기업이다. 아부다비에 전기차 조립 공장을 신설했다.

다만 2020년부터 2022년까지 매출은 한 차례도 발생하지 않았다. 전기차 모델 연구개발(R&D)에만 비용을 쓰고 대량 생산에 돌입하지 않아서다. 이번 거래를 통해 대량 생산 기지의 포석을 깔았다고 분석이다. 중동 지역에서 증가하는 전기차 수요를 맞추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최근 중동 주요 국가는 저탄소 개발과 녹색 경제 전환을 적극 추진하고 나섰다. 아랍에미리트(UAE)는 'UAE 국가 에너지 2050 계획'을 발표하며 청정에너지 비율을 30%까지 끌어올릴 방침이다. NWTN도 탄소 배출 제로(넷제로) 계획에서 주요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NWTN에 따르면 UAE의 전기차 시장은 향후 5년간 연평균 25%씩 성장할 전망이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