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가 '러브호텔' 됐다…24시간 운행 로보택시 '가시밭길'

입력 2023-08-16 06:04
수정 2023-08-16 07:06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최근 24시간 운행에 들어간 로보택시(무인 자율주행 택시)가 초반부터 가시밭길을 달리고 있다. 늦은 밤 갑작스러운 운행 교통체증을 야기하고 “움직이는 러브호텔로 이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등 일주일 만에 여러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15일(현지 시각) 관련 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GM의 자율주행차인 크루즈와 구글의 웨이모는 2022년부터 샌프란시스코에서 야간에만 로보택시를 운행해오다 지난 10일 캘리포니아주 공공요금위원회(CPUC)로부터 24시간 운행 허가를 받았다. 크루즈는 밤에는 300대, 낮에는 100대의 차량을 운행하고 웨이모는 250대를 운행하고 있다.

CNBC에 따르면 24시간 운행을 시작한 다음 날인 지난 11일 밤 11시경, 크루즈의 로보택시 10대가 노스비치의 발레호 스트리트와 그 주변에 정차해 최소 15분 동안 차량 정체를 일으켰다. 인근 음악 축제와 관련된 휴대전화 서비스 문제를 언급하며 차량 경로를 지정하는 시스템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로보택시의 사고 위험성에 대한 우려 및 운행 반대 여론이 여전한 상황이다. 24시간 운행 허가에 앞서 열린 청문회에서 시 소방서와 경찰서 관계자들은 2022년 6월 로보택시와 관련된 최소 600건의 사고에 대한 보고서를 공개하기도 했다.

로보택시가 러브호텔처럼 이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지역 매체 샌프란시스코 스탠더드는 이런 로보택시에서 성관계를 가졌다는 이용자 4명의 인터뷰 기사를 게재했다. 이 매체는 로보택시에서 성관계가 이뤄지고 있지만, 누구도 이에 관해서 얘기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메건이라는 가명의 한 승객은 “로보택시에서 성관계를 가졌다”며 “이상적이지는 않지만, 공공장소에 있었고 그것이 금지된 것이라는 금기 때문에 더 재미있고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실제 이런 경험담은 수년 전 로보택시가 성관계 장소로 이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이 매체는 지적했다.

앞서 2019년에 자율주행 장치인 오토파일럿을 이용해 이동하는 테슬라에서 성관계를 갖는 한 커플의 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당시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는 트위터에 “우리가 상상했던 것보다 오토파일럿을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 더 많은 것으로 밝혀졌다”며 “이렇게 될 줄 알았어야 했는데”라고 말하기도 했다.

크루즈와 웨이모 차량에는 외부뿐만 아니라 내부에도 카메라와 마이크가 있다. 이런 기기는 승객 안전과 지원을 위해 사용되며 마이크의 경우 탑승자 지원 통화 중에만 활성화된다고 이들 기업은 설명했다. 로보택시 내 성관계는 이용 규정을 위반 소지가 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크루즈는 “이용자가 서비스 이용을 위해서는 불법 행위나 부적절한 행동을 하지 않겠다는 규칙에 서명해야 한다”며 “차량 내 성관계는 ‘부적절한 행동’이 될 수 있기 때문에 허용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리콘밸리=최진석 특파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