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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중앙은행이 15일 긴급 통화정책회의를 소집해 기준금리를 3.5%포인트 인상했다. 전날 달러당 루블화 환율이 장중 102루블을 넘어서 달러 대비 루블화 가치가 17개월 만의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기 때문이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연 8.5%인 기준금리를 연 12.0%로 3.5%포인트 올린다고 발표했다. 러시아 중앙은행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이유는 최근 급속도로 떨어지고 있는 루블화 가치를 방어하기 위해서다.
지난 14일 102.35루블까지 치솟았던 루블·달러 환율은 15일 긴급회의가 열린다는 소식에 96루블 수준으로 떨어졌다. 루블·달러 환율의 심리적 저항선은 통상 100루블 선이다. 지난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직후 루블·달러 환율은 한때 134루블 이상으로 뛰어올랐다. 이후 러시아 당국은 금 1g당 5000루블로 고정하는 금본위제를 부활하고 환전 금지, 외국인 주식 매도 금지 등을 통해 환율 방어 총력전에 나섰다. 에너지 가격이 치솟은 데 따른 수출 호조 등이 더해져 루블화 가치는 작년 6월엔 달러당 50루블대까지 회복했었다.
올해 들어 루블화 가치는 다시 30% 가까이 급락했다. 서방 제재로 러시아가 수출로 벌어들이는 돈이 급감한 영향이 본격화하면서다. 그동안 러시아산 석유 및 가스 수입에 의존하던 유럽 국가들은 미국 중동 노르웨이 등으로 발길을 돌렸다. 러시아가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무역을 통해 얻은 수익은 지난해에 비해 85%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다 전쟁 자금 지출로 국고는 비어가고 있다. 올해 전체 재정지출의 3분의 1인 1000억달러 이상이 국방비로 쓰일 예정이다. 이는 1년 전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세계 국가 중에서 러시아보다 화폐 가치가 더 많이 떨어진 국가는 아르헨티나와 나이지리아, 튀르키예뿐이다.
엘비라 나비울리나 러시아 중앙은행 총재 등 당국자들은 루블화의 약세 원인으로 무역수지 악화를 지목하고 있다. 전쟁 직후 환율 방어를 위해 기준금리를 연 20%까지 올렸던 러시아 중앙은행은 이후 점차 낮춰 연 7.5%로 내린 바 있다. 지난달 1년여 만에 기준금리를 1%포인트 올려 연 8.5%로 인상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