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트릭 캔틀레이(31·미국) 별명은 '패티 아이스'다. 얼음처럼 차갑고 냉정한 표정과 자세로 상대 선수를 꺾는 모습 덕분에 팬들에게 얻은 칭호다. 대표적인 장면이 2021년 8월 열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BMW 챔피언십. 당시 장타를 뻥뻥 때리며 적들을 쓰러뜨린 브라이슨 디섐보(30·미국)를 연장으로 끌고 갔고, 6번의 서든 데스 끝에 디섐보를 잠재웠다.
철옹성 같았던 캔틀레이의 명성이 무너지고 있다. 중요한 순간마다 실수를 남발하면서다. 캔틀레이는 14일(한국시간)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의 TPC 사우스윈드(파70)에서 열린 PGA투어 플레이오프 1차전 페덱스 세인트주드 챔피언십(총상금 2000만달러)에서 연장전 끝에 루카스 글로버(미국)에게 패했다.
티샷을 물에 빠뜨린 게 결정적이었다. 드라이버 끝을 떠난 공은 왼쪽으로 감겼고 그대로 해저드에 빠졌다. 페널티를 받은 뒤 세 번째 샷을 그린에 올렸지만, 파 퍼트마저 놓쳤다. 캔틀레이는 "좋지 않은 샷을 쳤고, 그에 대한 대가를 치렀다"며 고개를 숙였다.
캔틀레이의 명성에 먼저 흠집을 낸 건 김주형(21)이었다. 김주형은 지난해 10월 열린 PGA투어 슈라이너스 칠드런스 오픈 최종라운드에서 캔틀레이를 꺾고 우승했다. 당시 3라운드까지 김주형과 공동 선두로 나선 캔틀레이는 17번홀까지 24언더파 동타를 기록해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가는 듯 했다. 하지만 당시에도 같은 실수가 나왔다. 18번홀에서 티샷을 왼쪽으로 감겨쳤고 결국 트리플 보기로 홀아웃하며 싱겁게 우승 경쟁에서 이탈했다.
43세 노장 글로버는 연장전에서 캔틀레이를 누르며 2주 연속 우승을 달성했다. 지난 주 열린 정규시즌 마지막 대회 윈덤 챔피언십에서 우승해 극적으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글로버는 플레이오프 1차전마저 제패하며 시즌 막판에만 2연승을 쓸어 담는 노익장을 과시했다. 통산 6승째. 그 중 3승을 40세 이후에 따냈다. 윈덤 챔피언십 시작 전에 112위였던 페덱스컵 랭킹은 어느새 4위까지 수직상승했다.
글로버의 놀라운 상승세 배경에는 긴 빗자루처럼 생긴 브룸스틱 퍼터가 있다. 그는 이 퍼터로 바꾼 뒤 그린 플레이가 눈에 띄게 좋아졌다. 이날도 타수를 잃을 결정적인 위기를 퍼팅으로 넘겼다. 13번홀(파4)에서는 7m 파 퍼트를 넣었고, 14번홀(파3)에선 10m 보기 퍼트를 집어 넣었다.
임성재(25), 김시우(28), 김주형, 안병훈(32) 등 4명의 한국 선수들은 50명만 나갈 수 있는 페덱스컵 플레이오프 2차전 BMW 챔피언십에 모두 안착했다.
이번 대회에서 11언더파 269타 공동 6위를 기록한 임성재는 페덱스컵 랭킹을 32위에서 28위로 끌어 올려 30명만 출전하는 투어챔피언십 출전까지 노릴 수 있게 됐다. 최종합계 9언더파 271타 공동 16위를 기록해 페덱스컵 랭킹 17위로 올라선 김시우도 투어 챔피언십 출전 안정권에 들었다. 공동 24위(7언더파 273타)로 대회를 마친 김주형은 페덱스컵 랭킹이 14위에서 18위로 떨어졌지만, 투어챔피언십 출전에는 무리가 없을 전망이다.
5언더파 275타 공동 37위를 기록한 안병훈은 갈 길이 바쁘다. 이번 대회 후 페덱스컵 랭킹이 37위에서 38위로 1계단 떨어지면서 다음주 열리는 BMW 챔피언십에서 상위권 성적을 내야 한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