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시절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감찰 무마 의혹을 폭로한 김태우 전 서울 강서구청장이 '8·15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사면되자 "문재인 정권의 비리를 처음 고발하고, 4년 8개월이 지난 오늘에서야 온전히 명예를 되찾았다. 다시 강서로 돌아가겠다"고 밝혔다.
김 전 구청장은 14일 입장문을 통해 "정치 재판을 바로 잡아주신 국민 여러분과 윤석열 대통령님께 감사드린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공익신고자'인 저에 대한 문재인 검찰의 정치적 기소는 조국 전 법무부장관 등의 범죄 행위를 감추기 위한 정치적 탄압이었다"며 "저는 권력의 잘못을 국민에게 알렸다는 이유로 십 수년간 다녔던 직장에서 쫓겨나야 했다. 무도한 문재인 정권은 저를 물을 흐리는 '미꾸라지'로 취급했고, 겁박과 조롱을 일삼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명수의 법원'은 공익신고자에게 공무상 비밀 누설이라는 앞뒤가 맞지 않는 혐의를 씌워 범죄자로 낙인찍었다"며 "이는 판결이 아닌 정치를 한 것이고, 정치가 공익을 덮어버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전 구청장은 "도둑을 잡으라고 신고하니 도둑은 잡지 않고 신고한 사람만 처벌한 것"이라며 "하지만 저들의 권력으로도 진실은 감추지 못했다. 저의 공익 신고로 문재인 정권의 부패 정치인과 공무원이 드러났고, 권력을 이용해 내 편의 잘못은 무마하고 상대편의 약점을 캐는 잘못된 관행도 없어졌다"고 말했다.
이처럼 광복절 특사로 사면·복권이 된 데 대한 소감을 전한 김 전 구청장은 오는 10월 열리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 다시 도전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그는 "57만 강서구민은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고 재판 중이던 저를 '강서구청장'으로 선택해주셨다"며 "당과 국민이 허락해 주신다면, 제게 남은 시간을 다시 강서구에서 더욱 의미 있게 쓰고 싶다"고 강조했다.
검찰 수사관 출신인 김 전 구청장은 문재인 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원으로 근무하던 지난 2018년 말, 특감반과 관련한 권력형 비리 35건을 세상에 알렸다.
'조국 저격수'로도 불렸던 김 전 구청장은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의 뇌물 등 비리 의혹과 이에 대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감찰 무마 의혹, 환경부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 울산시장 선거개입·하명수사 의혹 등을 연이어 제기했다.
김 전 구청장이 제기한 의혹 중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의 뇌물 등 비리 의혹과 이에 대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감찰 무마 의혹 등은 법원의 유죄 판결로 이어졌다. 유 전 부시장은 지난해 3월 대법원에서 징역형 집행유예가 확정됐고, 당시 민정수석이던 조 전 장관도 재판에 넘겨져 올해 2월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김 전 청장의 폭로로 시작된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도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도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신미숙 균형인사비서관은 집행유예를 각각 확정받으며 끝이 났다.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송철호 전 울산시장은 다음 달 11일 결심 공판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김 전 구청장은 이 과정에서 공무상 알게 된 비밀을 언론 등에 누설한 혐의로 기소돼 지난 5월 대법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돼 강서구청장 직을 상실했다.
윤 대통령은 김 전 수사관 형 확정 이후 약 3개월 만인 이날 김 전 구청장 등 2176명에 대한 광복절 특별사면안을 재가했다.
한편, 김 전 구청장이 강서구청장 보궐 선거 출마를 공식화하면서 '무공천' 기류가 강했던 국민의힘에도 파장이 일 것으로 관측된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와 관련 "오늘 (사면·복권) 결정이 나면 당원들의 의견을 취합하는 과정을 거칠 것으로 생각된다"며 "최대한 지도부가 집단지성을 발휘해 합리적 결정을 하도록 노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