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중국에서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 Y’의 가격을 4% 안팎 추가 인하했다. 보조금 축소와 내연기관차 대비 비싼 가격, 충전 불편 등으로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둔화되자 완성차 기업들은 경쟁적으로 가격 인하에 나서고 있다.
14일 외신에 따르면 테슬라는 이날부터 중국 내 모델 Y 상위 트림 가격을 1만4000위안(약 256만원) 일제히 인하했다. 모델 Y 롱레인지 최저 가격은 기존 31만3900위안에서 29만9900위안(약 5488만원)으로, 모델 Y 퍼포먼스는 36만3900위안에서 34만9900위안(약 6403만원)으로 조정됐다.
테슬라는 중형 세단 ‘모델 3’ 후륜구동(RWD) 재고차량을 9월 30일까지 구매하는 경우 제휴 보험사를 통해 보조금도 제공하기로 했다. 올 하반기로 예상되는 모델 3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 버전 출시를 앞두고 '재고떨이'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선 테슬라가 모델 3 페이스리프트 버전을 출시하면 중국에서 현재 가격 23만1900위안(약 4243만원)보다 더 낮은 20만위안대에 판매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페이스리프트를 거치면 가격이 인상되는 업계 구조를 거스르는 가격 정책”이라고 했다.
올 초부터 글로벌 전기차 가격 경쟁에 불을 붙인 테슬라는 중국 내 판매량을 끌어올리기 위해 추가 가격 인하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중국승용차협회(CPCA)에 따르면 테슬라는 지난달 수출·내수 물량을 합쳐 중국에서 생산된 차량을 총 6만4285대 팔았다. 이는 올 들어 가장 적은 규모다. "전기차, 누가 더 싸게 만드냐의 싸움" 전기차가 초기 보급 단계를 넘어 대중화 시기에 접어들면서 시장의 화두는 '가격'이 됐다. 이전까지는 내연기관차와 하이브리드차만 만들어온 완성차 업체들의 순수전기차 생산능력 자체가 쟁점이었다면 이제는 전기차도 '누가 더 싸게, 잘 만드느냐'의 싸움이 됐다는 것이다. 임현진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이제 가격경쟁을 통한 시장점유율 확대 경쟁이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금리 인상, 경기 침체 등으로 소비자 구매력이 둔화하면서 전기차의 가격 경쟁력이 더 중요해졌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최고경영자)는 지난달 2분기 실적 발표회에서 "경제적 불확실성이 있을 때마다 사람들은 신차 구매를 잠시 멈춘다"며 "마진을 희생해서라도 생산 차량 수를 늘리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완성차 업계는 경쟁적으로 저가 전기차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폭스바겐(ID.2올)과 르노(르노5 EV), GM(이쿼녹스EV) 등은 내년부터 3000만원 중후반대 소형 전기차를 출시하겠다고 예고했다. GM은 소형 전기차 볼트의 단종을 선언했다가 3개월 만에 이를 번복하기도 했다.
국내도 예외가 아니다. KG모빌리티는 올 9월 3000만원 후반대(보조금 적용 시) 전기 SUV 토레스EVX를 출시한다.
기아도 조만간 레이 전기차를 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선 보조금을 받으면 2000만원대 후반~3000만원대 초반 가격대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아는 중소형 전기차 EV4로 추정되는 신차도 준비 중이다. 가격대는 3000만원대로 예상된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