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14일 대구 도심에 있는 군 공항 이전을 승인했다. 이에 따라 대구·경북신공항(TK신공항) 건설 사업이 첫발을 떼게 됐다. TK신공항은 민간 공항과 군 공항을 겸하는 대구국제공항을 2030년까지 대구 군위군과 경북 의성군 일대로 옮기는 사업으로 총사업비가 12조원이 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국유재산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대구 군 공항 이전 기부대양여 사업계획’을 확정했다. 기재부는 군 공항 기부대양여 사업의 경제성을 평가했다. 기부대양여는 대구시가 사업 시행자를 통해 새 군 공항을 건설해 국방부에 ‘기부’하는 대신 국방부에서 기존 군 공항 터를 ‘양여’받아 개발 사업으로 비용을 회수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국방부가 손해를 보지 않아야 이전 사업이 가능한데, 기재부가 타당성을 평가한 결과 ‘오케이’ 결정을 내린 것이다.
이날 결정으로 이미 이전이 예정된 민간 공항뿐 아니라 군 공항까지 이전이 가능해졌다. TK신공항 건설에 속도가 붙게 된 것이다. TK신공항 사업비는 12조9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군 공항 이전 사업에 11조5000억원, 민간 공항 이전에 1조4000억원이 들 것으로 예상된다. TK신공항 착공 시기는 2025년, 개항 목표는 2030년이다.
이날 사업 승인으로 광주 군 공항 이전 사업도 탄력이 붙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국회는 지난 4월 본회의에서 TK신공항 건설과 광주 군 공항 이전을 위한 특별법을 함께 통과시켰다. TK신공항 건설을 위한 대구 군 공항 이전의 타당성이 인정된 만큼 광주 군 공항 이전도 같은 결정이 내려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추 부총리는 “(대구 군 공항 이전 사업은) 이후 추진될 광주 군 공항 이전 기부대양여 사업에 시금석이 될 수 있는 만큼 중앙정부, 지방자치단체, 민간의 긴밀한 협의를 바탕으로 2030년까지 성공리에 사업을 완료할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사업을 관리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광주 軍공항 이전도 '탄력'…"총선 전 선심성 결정" 지적도
민·군 겸용인 대구국제공항은 대구 동구 주거지와 가깝다. 이 때문에 공항 인근에 사는 주민들은 전투기 이착륙 소음에 시달리며 공항 이전을 촉구해왔다. 14일 대구 군공항 이전을 위한 ‘기부대양여’ 방식 사업계획이 통과됨에 따라 신공항은 주거지와 멀리 떨어진 곳에 새롭게 들어서게 된다.
지난해 대구시가 발표한 대구경북통합신공항 기본계획에 따르면 대구 군위군과 경북 의성군 일대에 건설되는 군공항 규모는 활주로 2개와 탄약고 등을 포함해 면적이 16.9㎢에 달한다. 기존 군공항(7.36㎢)의 두 배 수준으로 인천국제공항의 3분의 2에 이른다. 민간공항도 기존 0.17㎢에서 0.83㎢로 확장된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군공항 이전 사업을 승인하며 “대한민국의 안보와 대구·경북 지역 발전을 동시에 달성하면서 인근 주민의 60년 숙원도 해결하는 중요한 사업”이라고 말했다.
대구시는 군공항이 떠난 뒤 남는 부지를 ‘두바이 다운타운’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와 같은 관광지로 탈바꿈시킨다는 구상이다. 대구·경북 지역에 걸친 팔공산의 형상을 본뜬 100층 높이 복합쇼핑몰과 대형 인공 호수 등도 조성할 계획이다. 대구·경북 지역에선 이 사업이 숙원이었다.
내년 총선을 앞둔 정치권의 선심성 사업 지원이란 비판도 적지 않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4월 각각 발의한 TK신공항 특별법과 광주군공항이전 특별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나란히 통과시켰다. 사사건건 충돌하던 여야가 각자의 텃밭에서 시행하는 지역 사업에는 손을 잡은 것이다.
지역마다 공항 건설이 우후죽순처럼 추진되는 가운데 ‘혈세 낭비’라는 지적도 나온다. 대구 군공항 신설은 기부대양여 방식으로 진행하는데 사업비가 부족하면 국비로 보조하도록 특별법에 규정돼 있다. 군공항과 함께 지어지는 민간공항은 전액 국비로 건설된다. 김광옥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는 “국내에선 기존 15개 공항에 더해 대구를 포함해 7개 공항 건설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데 한국은 이미 국가 규모에 비해 공항이 너무 많다”며 “민간공항 건설은 막대한 국비가 들어가기 때문에 철저한 타당성 검토를 기반으로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허세민/박상용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