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매각' 오스템임플란트, 16년 만에 증시 떠났다

입력 2023-08-14 18:16
수정 2023-08-15 01:01

국내 1위 임플란트 기업 오스템임플란트가 16년 만에 코스닥시장을 떠났다. 2000억원대의 직원 횡령 사건과 거래정지, 이를 파고든 행동주의펀드의 공세와 사모펀드(PEF)로의 경영권 매각 등 우여곡절을 겪고 나서다. 상장폐지된 국내 1위 임플란트社 오스템임플란트는 14일 상장폐지됐다. 2007년 2월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이후 16년 만이다. 상장 후 꾸준히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30위권에 올랐던 오스템임플란트는 이날 시총 2조9600억원, 코스닥 시총 순위 11위로 코스닥시장을 떠났다.

오스템임플란트 최대주주인 덴티스트리인베스트먼트는 이달 1일 한국거래소로부터 자진 상장폐지를 승인받은 뒤 3일부터 11일까지 정리매매해 소액주주 주식을 주당 190만원에 매수했다. 덴티스트리는 PEF 운용사인 MBK파트너스와 UCK파트너스가 오스템임플란트 인수를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이다.

공개매수 후에도 유통 주식 수가 5만9135주 남아 있었는데, 최대주주 측이 이날까지 4만 주 이상을 추가 매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덴티스트리는 최규옥 회장 지분 및 자사주까지 포함해 오스템임플란트 지분 99%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회사는 내년 2월 15일까지 6개월간 소액주주 주식을 주당 190만원에 추가로 매수할 계획이다.

오스템임플란트는 경기도와 서울 여의도 등지에서 개인 치과를 운영하던 최 회장이 1997년 창업했다. ‘임플란트 국산화’ 기치를 내걸고 글로벌 브랜드에 비해 저렴한 가격에 비슷한 품질의 제품을 제공하면서 국내 시장에서 독보적인 업체로 성장했다. 지난해 기준 한국과 중국에서 각각 45%와 33%의 압도적 1위 점유율을 차지하며 글로벌 4위 업체(점유율 8%)에 올랐다. 오스템임플란트는 올 상반기 매출 5817억원, 영업이익 1374억원을 거뒀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6%, 28% 증가한 것이다. PEF 품으로 간 오스템임플란트하지만 고속 성장엔 명(明)과 함께 암(暗)도 있었다. 투명한 내부통제 등 체계적 경영 시스템과는 거리가 멀었다. 2021년 말 2000억원 규모의 직원 횡령사건이 발생하면서 상장폐지 위기에 몰렸다. 거래소 심의를 거쳐 지난해 4월 거래가 재개됐지만 곧바로 회사 지배구조 약점을 파고든 행동주의펀드 공격이 들어왔다. 행동주의펀드 KCGI가 장내에서 지분 6%를 취득하면서 경영권을 위협한 것이다.

내우외환을 겪은 최 회장은 지난 1월 PEF 운용사인 MBK파트너스와 UCK파트너스 컨소시엄에 경영권 매각을 결정했다. 두 PEF가 설립한 덴티스트리는 최 회장 지분 18.9% 중 9.3%를 인수하고 상장폐지를 위해 소액주주를 대상으로 두 차례 공개매수를 했다. 총 2조4000억원에 달하는 ‘빅딜’이었다.

업계에선 오스템임플란트의 경영 향배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새 최대주주인 PEF는 당분간 글로벌화 등을 통한 기업가치 제고 전략에 집중한 뒤 중장기적으로 인수합병(M&A) 등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새로운 최대주주는 오스템임플란트를 글로벌 임플란트업계 1위 업체로 도약시킨다는 목표다. 덴티스트리 관계자는 “디지털 전환과 연구개발(R&D) 투자를 통해 혁신적인 임플란트 제품을 개발할 것”이라며 “의료진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 등을 통해 미국과 유럽 등 선진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여나가겠다”고 말했다.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