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차기 대법원장은 '기울어진 운동장' 바로잡아야

입력 2023-08-14 17:46
수정 2024-09-11 11:16
“‘기울어진 사법부’를 바로잡을 인물이 절실합니다.”(전직 법관)

최근 법조계의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는 다음달 24일 임기를 마치는 김명수 대법원장의 후임 인선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회 동의 절차를 고려해 오는 20일께 차기 대법원장을 지명할 전망이다. 새 대법원장은 윤석열 정부에서 임기가 끝나는 대법관 6명의 임명제청권과 각급 판사 등 1만6000여 명의 인사권을 가진다. 향후 6년간 사법부 구성과 방향이 이번 인선으로 결정된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차기 대법원장에 대한 법조계의 기대는 그 어느 때보다 크다. 김 대법원장 체제에서 맥없이 무너져버린 사법부의 신뢰를 회복하는 막중한 책무를 짊어졌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폐해는 재판 지연이다. 지난해 1심 재판 기간이 1년을 초과한 사건 수는 4년 전보다 부쩍 늘었다. 민사본안은 65%, 형사공판은 68% 급증(법원행정처 자료)했다.

재판이 갑자기 늘어지는 이유는 김 대법원장 체제 때 강화된 포퓰리즘 문화 때문이다. 수평적 조직문화를 만들겠다며 2019년 도입한 ‘법원장 후보 추천제’는 지방법원 판사들이 투표로 법원장 후보를 추천하면 대법원장이 임명하는 제도다. 인기 투표의 성격이 없지 않다.

법원장이 되려는 법관들이 다른 법관에게 업무 지시를 많이 하는 데 부담을 느끼면서 판사들은 편해지고, 국민들은 불편해졌다. 국민들은 인생이 걸린 재판이 한없이 지연되는 데 울분을 토하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 6월 “불법파업에 참여한 근로자의 손해배상 책임 범위를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하는 등 사회적 파급력이 큰 친노동 판결을 연이어 쏟아내기도 했다.

열심히 일하는 법관에 대한 인센티브 시스템이었던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제’를 없앤 것도 김 대법원장이다. 이 제도가 사라진 후 엘리트 법관들은 잇달아 로펌행을 택했다. 더 많이 일해도 보상받을 길이 없다고 여겨서다. 법조계에선 새 대법원장이 새로운 인센티브 시스템을 도입하기를 기대하는 목소리가 크다.

관건은 ‘여소야대’ 국회다. 만약 인선이 불발돼 대법원장 공백이 길어진다면 중대한 사건을 다루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구성이 어려워진다. 내년 1월 1일 임기가 끝나는 대법관들의 후임자 임명에도 난항이 예상된다. 사법부의 신뢰 회복도 함께 늦어질 수 있다. 사법부가 국민의 눈높이에 맞게 바로 서기 위해서는 의원들의 현명한 판단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