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올 상반기에만 22조원에 육박한 외화를 국내로 들여온 것으로 나타났다. 들여온 자금 상당액은 경기도 평택 등지에 설비를 구축하는 데 썼다. 삼성전자가 외화를 들여와 환전하는 과정에서 원화 가치를 방어하는 데 상당한 역할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설비투자·무역수지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면서 국내총생산(GDP) 확대에도 기여했다.
1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삼성전자 해외법인의 본사(국내 법인) 배당액은 21조8457억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상반기(1378억원)보다 158배나 많은 금액이다. 역대 상반기는 물론 연간 배당액 기준으로도 가장 많은 금액이다. 삼성전자 미국법인과 베트남법인의 이익잉여금이 배당금 형태로 국내로 흘러든 것이다.
삼성전자는 이렇게 들여온 자금을 대부분 설비투자로 썼다. 이 회사는 올 상반기에만 역대 최대인 25조3000억원 규모의 설비투자를 단행했다. 같은 기간 연구·개발(R&D)비로 14조원을 썼다. 이 회사는 경기도 평택캠퍼스 등에서 반도체 클린룸 등을 구축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말 연결 기준 현금성 자산(현금, 단기 금융상품 등)은 115조2273억원에 달했다. 현금 상당액은 미국·아시아법인 등이 보유하고 있다. 국내외 계열사를 제외한 삼성전자의 별도 기준 현금성 자산은 지난해 말 3조9217억원에 불과했다. 삼성전자는 설비투자비를 마련하기 위해 해외에서 자금을 들여온 셈이다.
삼성전자가 ‘자본 리쇼어링(reshoring·해외법인 자금의 국내 반입)’에 나선 것은 정부의 세법 개정도 영향을 미쳤다. 정부는 올해부터 국내에 본사를 둔 기업의 해외 법인이 거둔 이익을 본사로 배당할 때 세금을 상당 부분 내지 않아도 되도록 법을 바꿨다. 해외에서 과세한 배당금의 95%는 국내 비과세 대상에 포함한 것이다. '이중과세' 부담을 하지 않는 만큼 삼성전자를 비롯해 자본 리쇼어링에 동참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이 같은 자본 리쇼어링은 경상수지와 원화 가치 방어에도 보탬이 된다. 올해 경상수지 흑자는 24억3570만달러에 달했다. 경상수지에 포함된 직접투자(해외법인 등) 배당소득 수지 흑자는 151억9700만달러로 나타났다.
여기에 들여온 외화자금은 상당액 설비투자로 쓰였다. GDP를 구성하는 설비투자에도 상당폭 기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