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파행 운영 논란을 빚은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대회가 끝나기 무섭게 ‘네 탓’ 공방에 열을 올리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새만금 잼버리 대회로 “국격을 잃었고, 긍지를 잃었다”며 논란에 가세했다.
문 전 대통령은 13일 페이스북에 “새만금 잼버리대회로 우리는 많은 것을 잃었다”며 “부끄러움은 국민의 몫이 됐다”고 썼다. 잼버리 파행 원인을 놓고 여권 안팎에서 문재인 정부 책임론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문 전 대통령이 직접 반박하는 모습이다. 현 정부의 책임을 부각하는 사실상 정치 행보라는 평가도 있다.
문 전 대통령은 “사람의 준비가 부족하니 하늘도 돕지 않았다”며 “새만금을 세계에 홍보해 경제적 개발을 촉진함과 아울러 낙후된 지역경제를 성장시킬 절호의 기회라고 여겨 대회 유치에 총력을 기울였던 전북도민의 기대는 허사가 되고 불명예만 안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실망이 컸을 국민들, 전 세계 스카우트 대원들, 전북도민과 후원 기업들에 대회 유치 당시의 대통령으로서 사과와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관영 지사를 비롯한 전라북도가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이어지는 데 대해 우회적으로 불만을 나타냈다는 해석도 있다.
국민의힘은 이날 야영지 배수로 등 기반시설 구축 미비 문제를 부각하며 파행 운영의 책임을 문재인 정부에 돌렸다. 김기현 대표는 페이스북에 “(민주당이) 비난편향증에 중독됐다”며 “잼버리는 민주당 소속 전·현직 전북지사의 부실 준비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을 비롯한 중앙정부의 집중 지원과 민간 기업을 포함한 국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고 썼다. 그는 “문재인 정권과 전라북도는 매립과 기반시설 확충, 편의시설 등 대회 준비를 위해 제대로 한 것이 없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 사과와 한덕수 국무총리 사퇴를 요구했다. 김성주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잼버리 사태는 준비 부족, 부실 운영, 책임 회피로 요약할 수 있다”며 대통령 사과와 국무총리 사퇴, 국정조사를 요구했다.
김한규 민주당 원내대변인의 “잼버리 파행으로 부산엑스포 유치가 물 건너갔다”는 발언을 둘러싼 공방도 계속됐다. 여당은 김 원내대변인의 사퇴를 요구했고, 김 원내대변인은 “이제는 부산 엑스포 유치 책임도 민주당에 떠넘기려 한다”고 반박했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인 김윤덕 잼버리 공동조직위원장은 이날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한재영/양길성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