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내년 예산 증가율을 올해 대비 3%대로 제한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올해 예산 증가율 5.1%보다 낮춘 것으로 물가와 경제성장을 감안할 때 사실상 긴축 수준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지만 ‘돈풀기’보다 건전재정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13일 정부·여당에 따르면 기재부는 지난 11일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에 내년 예산안을 보고하면서 지출 증가율을 3%대로 맞추는 걸 전제로 작업하고 있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방안이 최종 확정될 경우 2016년(2.9%)이나 2017년(3.6%) 후 최저 수준의 지출 증가율을 기록할 전망이다.
3%대 증가율은 정부가 올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예상한 내년 경상성장률(4.9%)보다도 낮다. 생산 증가와 물가 상승 등으로 경제 규모가 커지는 정도보다 예산을 적게 늘리겠다는 뜻이다.
기재부는 당초 지난 6월 말 윤석열 대통령 주재 재정전략회의에서 예산 증가율을 ‘4%대 중반’으로 보고했는데, 3%대 증가율은 이보다 낮은 수준이다.
올해 예산이 638조7000억원임을 감안할 때 3%대 지출 증가가 이뤄질 경우 내년 예산은 658조~663조원 사이에서 편성될 전망이다.
기재부의 이 같은 움직임엔 건전재정 중시 기조가 깔려 있다. 전임 문재인 정부는 임기 중 재정지출을 공격적으로 늘렸다. 임기 중 편성한 2018~2022년 예산안의 총지출 증가율은 연간 7~9%대에 달했다. 그 결과 문재인 정부 임기 중 국가채무가 400조원 넘게 늘었다. 윤석열 정부는 이 같은 확장재정 기조에 선을 긋고 있다. 윤 대통령은 6월 재정전략회의에서 “선거에서 지더라도 나라를 위해 건전재정을 해야 한다”며 “예산을 얼마나 많이 합리화하고 줄였는지에 따라 각 부처의 혁신 마인드가 평가될 것”이라고 했다. 이후 기재부는 이례적으로 전 부처에 5월 말 제출한 예산요구안을 건전재정 기조에 맞춰 다시 제출하도록 요구하며 대대적인 지출 구조조정에 나섰다.
세수 펑크도 정부가 지출 증가율을 낮출 수밖에 없는 요인으로 꼽힌다. 올해 상반기 국세 수입은 178조5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9조7000억원 줄었다. 내년에도 세수 여건이 개선될 것이라고 장담하기 어려운 만큼 건전재정 기조를 지키기 위해선 지출을 줄여야 한다는 게 기재부 판단이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