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4월 치러지는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의 최대 변수 중 하나가 신규 입주 아파트 단지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단지 아파트 입주로 유권자 구성이 바뀌면 정치 지형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 상당수 지역구는 수천 표 차이로 당락이 엇갈리는 만큼 여야 모두 신규 아파트 단지 입주 일정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3일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21대 총선이 치러진 2020년 4월부터 22대 총선 투표를 하는 내년 4월 사이 서울 및 수도권에 입주하는 아파트는 71만9253가구에 이른다. 서울 12만8817가구, 경기 46만2176가구, 인천 12만8260가구가 최근 입주를 마쳤거나 내년 총선 이전에 입주할 예정이다.
기초 지방자치단체별로는 경기 화성에만 5만7454가구가 입주한다. 청라신도시가 있는 인천 서구에도 5만789가구가 새로 들어온다. 경기 평택과 양주에 입주하는 물량은 각각 3만7095가구, 3만1620가구다. 서울도 강남구(1만9810가구) 강동구(1만2915가구) 은평구(1만2503가구) 등 1만 가구 이상 입주하는 기초 지자체가 많다.
정치권 관계자는 “기초 지자체에 1만 가구 이상이 새로 들어선다는 말은 유권자 구성이 크게 바뀔 수 있다는 의미이고, 나아가 정치 지형도 요동칠 수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신규 입주로 누가 이득을 볼지에 대한 분석은 다양하다.
무주택자가 자가 아파트를 소유하게 되면 보수 성향이 강해진다는 분석이 있는 가운데 신규 입주 단지가 중대형 주택형 중심 아파트인지 소형 위주의 아파트인지에 따라 여야 득실이 완전히 엇갈릴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비싼 아파트일수록 보수…대규모 단지일수록 진보
3.3㎡당 매매가 100만원 뛰면 보수 정당 지지율 1.73%P 상승여야 선거 전략가들이 내년 4월 총선과 관련해 최근 가장 집중적으로 들여다보는 변수 중 하나는 신규 입주 아파트의 구성 주택형이다.
한 중진 국회의원은 “지난 몇 년간 중대형을 중심으로 고급 아파트가 대거 입주한 용산구에서는 국민의힘 지지세가 눈에 띄게 높아진 반면 중소형 아파트 비중이 높은 은평구와 영등포구 등은 정치 지형이 불리해졌다”고 말했다. 중산층 이상 혹은 중장년층이 주로 거주하는 중대형 중심 단지가 많이 들어선 지역은 국민의힘에, 30·40대 청장년층 입주가 많은 중소형 중심 단지가 지어진 지역은 더불어민주당에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등이 지난해 내놓은 논문에 따르면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당 평균 아파트 매매가가 100만원 높아질 때마다 보수 정당의 득표율은 평균 1.73%포인트씩 상승했다. 민주당 후보 득표율은 평균 0.68%포인트씩 낮아졌다. 민주당이 선전한 2018년 지방선거와 2020년 총선에서도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매매가와 보수 정당의 득표율은 정비례했다.
절대적인 아파트 입주 물량 증가가 민주당에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분석도 있다. 새 아파트가 한꺼번에 많이 들어서면 자연스럽게 민주당 지지 비율이 높은 20~40대 입주가 늘어난다는 이유에서다.
차재권 부경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등이 전통적 민주당 약세 지역으로 불리는 부산에서 2018년 지방선거의 아파트 입주 효과를 분석한 결과, 아파트 입주가 많은 지역일수록 민주당 후보가 유리한 것으로 조사됐다.
2000년대 중반 이후 뉴타운 개발을 통해 신규 아파트 입주가 늘어난 서울 길음동 일대에서 여야 희비가 엇갈린 것도 같은 맥락으로 분석된다. 뉴타운 입주 초기 치러진 대선 및 총선에선 보수 정당 후보가 승리한 경우가 많았다. 이 지역 전체 가구에서 아파트 거주 비율이 9%에서 78%로 늘어나면서 유권자의 자산 규모가 크게 증가한 때다. 이후 길음뉴타운에 30·40대가 몰리기 시작하면서 민주당의 표밭이 됐다는 설명이다.
정치권에서는 5만789가구가 입주한 인천 서구 등을 주목하고 있다. 현재는 갑·을 지역구 모두 민주당이 현역을 꿰차고 있다. 하지만 지난 총선이 치러진 2020년 4월부터 다음 총선 직전인 2024년 3월까지 입주하는 아파트 중 소형(전용면적 60㎡) 비중이 25%에 불과하다. 그만큼 고소득자 혹은 중장년층이 많이 입주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3040세대가 대거 입주한 경기 용인, 평택 등지에서는 민주당이 약진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