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분기 수요 전망이 불투명하다.”(UMC)
“2024년이 돼야 공급망이 정상화될 것이다.”(DB하이텍)
TSMC, UMC, DB하이텍 등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기업이 보릿고개를 넘고 있다. 지난 2분기 영업이익은 반토막났고 가동률은 70% 밑으로 떨어졌다. 가전, 스마트폰 등의 소비가 살아나지 않으면서 반도체 수요가 위축된 영향이 크다.
올 하반기 업황 전망도 긍정적이지 않다. 파운드리 기업들은 ‘가격 인하’에 나서며 주문 감소폭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2분기 영업이익 ‘반토막’ 속출13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TSMC의 7월 연결 기준 매출은 1776억1600만대만달러(약 7조4200억원)다. 전년 동기 대비 4.9% 감소한 수치다. TSMC는 2분기에도 부진한 실적(매출 -13.7%, 영업이익 -23.0%)을 내놓았다.
대만 UMC, 중국 SMIC 등 파운드리 세계 4, 5위 기업의 상황은 더 안 좋다. 10일 2분기 실적을 공개한 SMIC의 순이익은 57.8% 급감했다. UMC의 2분기 영업이익은 44.3% 줄었다. 10위권 파운드리 업체인 DB하이텍도 4일 “2분기 영업이익이 57.8%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중국 경기회복 속도 느리다”파운드리 기업들의 실적이 급감한 건 반도체 주문이 늘지 않아서다. 세계적인 소비 침체로 반도체가 많이 들어가는 PC, 스마트폰, 가전 등의 출하량이 감소한 데 따른 영향이 크다. 제품 판매 부진으로 고객사들이 반도체 위탁생산 주문을 줄이면서 파운드리 기업 실적에 직격탄이 됐다는 얘기다.
자오하이쥔 SMIC 공동 최고경영자(CEO)는 12일 콘퍼런스콜(실적설명회)에서 “전자제품 수요가 기대 이하 수준”이라며 “재고도 여전히 많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경기가 살아나지 않고 있는 것도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당초 파운드리 기업들은 코로나19 봉쇄가 풀리면서 중국 경기가 2분기부터 회복될 것으로 봤다. 제이슨 왕 UMC CEO는 지난달 26일 열린 콘퍼런스콜에서 “중국 스마트폰·PC·서버 시장의 회복이 예상보다 느리다”고 말했다.
2~3년 전 ‘품귀 현상’까지 발생한 차량용 반도체 시장의 공급이 개선된 것도 실적을 끌어내렸다. DB하이텍은 2분기 실적 부진의 원인에 대해 “고객사의 일시적 재고조정으로 자동차·산업 분야 매출 비중이 축소됐다”고 분석했다. 가동률 65%까지 하락 전망하반기 전망도 어두운 편이다. 고객사들이 반도체 생산 주문을 넣지 않고 쌓여 있는 재고를 해소하는 데만 신경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수요가 회복되더라도 ‘점진적인 수준’에 그칠 것이란 의견이 많다.
정기봉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부사장은 지난달 27일 콘퍼런스콜에서 “하반기엔 지정학적인 위험, 예상보다 느린 수요 회복, 지속적인 고객 재고 조정으로 인해 시장 회복 강도를 둘러싸고 상당한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왕 CEO는 “4분기까지 고객사 재고조정이 이어질 것”이라며 “수요 회복 신호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했다.
반도체 수요가 쪼그라들면서 파운드리 기업들의 가동률도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UMC의 2분기 공장 가동률은 71%까지 떨어졌고 3분기엔 65%까지 내려갈 것으로 전망됐다. DB하이텍의 하반기 가동률도 60%대 후반에 그칠 것이 유력하다.
가격 인하로 대응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최근 자유시보 등 대만 언론은 “TSMC가 가동률이 낮고 가격 경쟁이 심한 일부 제조 공정에 대해 5% 가격 인하를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왕 CEO도 “시장에서 파운드리 사업 가격 인하 압박이 있다”며 “고객사 상황을 살피고 있다”고 밝혔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