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가하던 20대 여성을 무차별 폭행해 의식을 잃게 한 이른바 '부산 돌려차기' 사건 가해자가 대법원에 상고 이유서를 제출하며 억울함을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11일 법원 등에 따르면 살인미수 혐의로 지난 6월 부산고법에서 징역 20년을 선고받은 가해자 A씨는 최근 대법원에 상고 이유서를 제출했다.
피해자 변호사가 공개한 A씨 상고 이유서에는 "2심 재판부가 언론·여론 등에 잘못된 내용들을 바로잡지 못하고 의식을 많이 해서 제대로 된 재판을 못 받았다"며 "나이 32살에 20년 징역은 너무 많다. 무기징역과 다름없는 형량"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A씨는 자신의 폭력 행사가 '묻지마 폭력'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는 "납득할 수 없겠지만 이유 없이 묻지마 폭력을 행사한 것도 아니고, 강간을 목적으로 피해자를 비롯한 여성을 물색한 것도 아니다"라며 "택시를 잡으러 가는 길에 피해자와 눈이 마주쳤고, 저를 쳐다보며 뭐라 하면서 욕을 하는 듯한 환청을 들었다"고 했다.
또 "처음부터 성폭행을 목적으로 가지고 있었다면 CCTV에 나오는 장면처럼 폭행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성폭행이 목적이었다면 나는 무조건 성폭행을 했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기존 공소사실보다 훨씬 법정형이 무거운 강간 등 살인의 공소 사실을 추가하는 것은 저에게 주어진 방어권 행사에 중대한 불이익을 초래했다. 1심에서 12년 형을 선고받은 것도 부당하고, 무겁다고 생각했다"며 "강간 등 살인미수의 법률상 범위가 10~50년이지만 살인미수죄로 너무 많은 형을 받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자신이 '출소 후 피해자를 찾아가 보복하겠다'고 말했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A씨는 "피해자에게 보복할 마음과 이유, 여유가 없다"며 "동료 수감자라고 하는 유튜버는 원래 없는 말을 지어내 하는 방송 콘텐츠를 많이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하루하루 사죄하는 마음으로 보내고 있다"며 자신의 사건과 관련한 언론 보도는 "자극적이고 걸러지지 않은 내용들"이라고 했다.
반면 피해자 측은, 이 같은 A씨의 상고 이유서에 대해 "사실상 항소심의 재판 결과를 전면으로 부인하는 취지의 상고 이유서"라며 "피고인이 사실상 본인의 혐의를 모두 부인하는 내용이기 때문에 조금 강한 분노를 넘어 공포심마저도 느낀다"고 말했다.
한편 앞서 A씨는 지난 6월 12일 항소심에서 강간 살인미수 혐의로 원심의 형(징역 12년)보다 높은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