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최악인데…수박·복숭아·자두 왜 이렇게 달지?

입력 2023-08-11 18:52
수정 2023-08-12 02:35
대형마트, 기업형 슈퍼마켓(SSM) 등에 초고당도 과일이 대량으로 깔리고 있다. 백화점 식품코너에서 고가에 팔던 12브릭스짜리 여름 감귤, 당도가 일반 제품보다 10% 이상 높은 점보 키위 등을 시중 소매점에서 흔하게 접할 수 있게 됐다. 유통 혁신을 통해 폭우·폭염 등의 변덕스러운 날씨에도 초고당도 과일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됐다는 게 유통업계의 설명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올여름 이마트에서 ‘당도 보장’으로 판매하는 복숭아의 브릭스는 11 이상, 감귤의 브릭스는 10 이상이다. 홈플러스는 수박 11브릭스 이상, 샤인머스캣 15브릭스 이상을 보장한다. 당도 보장은 소비자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100% 교환·환불해주는 서비스다.

브릭스는 100g의 용액에 당이 몇 g 들었는지 나타내는 측정 단위다. 과일마다 기준이 다르기는 하지만,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이 표시하는 농산물 표준규격에선 브릭스 9 미만을 ‘보통 당도’, 9~11 미만은 ‘높은 당도’, 11 이상은 ‘매우 높은 당도’로 분류한다.

대형마트가 ‘초고당도’에 집착하는 것은 소비자들이 가격이 비싸더라도 당도가 높은 과일을 구입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어서다. 이마트에서 12브릭스 당도의 타이벡 자두는 일반 자두보다 ㎏당 2000원이 비싸지만 지난달 매출이 전년 같은 달보다 55% 늘었다.

외국산도 한국 소비자 입맛에 맞는 고당도 상품이 증가하고 있다. 제스프리에 따르면 올 들어 점보 키위의 수입 규모는 1만8000t으로 전년 동기 대비 6.5% 늘었다. 점보 키위 물량 비중은 전체 물량의 49%에 달한다. 2021년 31%에서 대폭 확대됐다. 점보 키위는 일반 키위보다 50%가량 무겁고, 당도는 10% 이상 높은 상품이다.

올여름 소비자들이 초고당도 과일을 쉽사리 접할 수 있게 된 것은 생산과 유통 혁신 효과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올해 초부터 장마, 태풍에 대비해 과일 저장을 늘리고 산지를 철저히 관리했다”며 “농가에서도 줄기를 깎는 박피, 반사필름 설치 등의 생산 혁신이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