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11일 하루 만에 10원 가까이 오르며 1320원대로 올라섰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가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강등한 이후 안전자산 선호도가 높아진 데다 위안화 약세로 원·달러 환율 상승 압력이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 환율은 전날 종가 대비 8원90전 오른 1324원90전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 5월 31일(1327원20전) 이후 두 달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직전 저점인 지난달 18일(1260원40전)과 비교하면 한 달도 안 돼 64원가량 올랐다.
외환시장에선 전날 발표된 미국의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망치보다 낮은 3.2%를 기록하며 긴축 우려가 다소 줄었지만 미 국채 금리가 상승한 여파로 강달러 기조가 이어졌다. 미 국채 30년 만기 입찰 부진으로 국채 금리가 높아지면서 달러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시장에 퍼진 것이다. 이날 환율은 3원 오른 1319원에 출발해 오전 11시께 1320원대를 돌파했다.
위안화도 변수였다. 중국 인민은행이 이날 고시한 일일 기준가는 달러당 7.1587위안으로 전날보다 0.0011위안 올랐다. 중국 건설회사 비구이위안의 채무 이행 실패로 위안화가 달러 대비 약세를 보이면서 원화 환율에도 영향을 줬다는 것이다.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이 위험 기피 심리를 키우고 있는 점도 원화에 부담이다.
무역수지는 다시 불안해지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8월 1~10일 무역수지는 30억1400만달러 적자로 집계됐다. 5월까지 15개월 연속 적자를 내다가 6월(11억3000만달러)과 7월(16억2600만달러)엔 흑자를 기록한 무역수지가 3개월 만에 다시 적자 전환할 가능성이 커졌다. 올 들어 이달 10일까지 누적 무역적자는 278억5200만달러가 됐다. 지난달까지 10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한 중국과의 무역수지는 이달 10일까지 5억8500만달러 적자를 면치 못했다.
환율 상승과 무역수지 적자 전환 등 악재성 소식이 이어지고 있지만 기획재정부는 이날 ‘최근 경제 동향(그린북) 8월호’에서 경제 상황에 대해 “경기 둔화 흐름이 일부 완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2월부터 ‘경기 둔화’ 진단을 내리다가 6개월 만에 ‘경기 둔화 완화’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이다. 이런 진단의 근거로는 수출 회복과 경제심리, 고용 개선 흐름을 꼽았다.
황정환/박상용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