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뇌는 SNS 많이 하면 우울해진다

입력 2023-08-11 17:56
수정 2023-08-12 01:07
우리 뇌의 편도체는 화재경보기와 비슷하다. 단 한 번의 ‘진짜 위험’을 놓치지 않기 위해 지나치게 경고음을 자주 울린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당신이 아프리카 사바나 초원에 사는데, 풀숲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그냥 바람 소리일 가능성이 크지만 맹수일 가능성도 없지 않다.

도망가는 데는 약 100칼로리의 에너지가 소모된다. 칼로리 소모가 아깝지만 진짜 맹수라면 목숨을 잃게 되기에 어쩔 수 없다. 맹수일 확률이 1000분의 1이라도 매번 도망치는 게 낫다. 뇌도 이렇게 외부의 위협에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진화했다. 우리가 불안을 느끼는 이유다.

<마음을 돌보는 뇌과학>은 인간이 스트레스, 불안, 우울, 외로움을 느끼는 이유를 진화에서 찾는다. 안전한 도시에서 살지만 뇌는 여전히 맹수가 들끓는 자연에 사는 것처럼 작동한다는 것이다. 스웨덴 정신과 의사이자 과학 저술가인 저자는 “우리 뇌는 행복이 아니라 생존과 번식을 위해 설계돼 있다”고 말한다.

진화의 관점에서 보면 많은 것이 설명된다.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는 충격적인 사건을 경험하거나 목격한 뒤 겪는 극심한 불안을 말한다. 계속해서 그때의 기억이 떠오르고, 밤에는 악몽을 꾸며 시달린다.

책은 이를 “뇌가 똑같은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게 막고 싶어 한다는 의미”라며 “그 기억을 자꾸 재생함으로써 당신이 과거에 그 일에 어떻게 대응했는지 상기시킨다”고 설명한다. 물론 뇌는 그로 인해 당신이 불행해지는 것 따윈 신경 쓰지 않는다. 행복보다 생존이 더 우선이기 때문이다.

SNS를 많이 하면 우울해지는 이유도 진화에 있다. 인간은 옛날부터 무리 지어 살았는데, 위계질서 내에서 자신의 위치를 어떻게 인식하느냐가 ‘행복 호르몬’인 세로토닌 양에 영향을 미친다. SNS에서 몇 시간씩 타인의 편집된 삶과 자신을 비교하면 뇌는 우리의 서열이 낮아졌다는 신호로 받아들인다. 그만큼 우울함에 빠질 가능성이 커진다.

저자는 ‘우리의 뇌가 원래 이렇다’는 것을 받아들이면 마음이 편안해질 것이라고 말한다. 몸을 자주 움직이는 것도 진화적으로 심리 안정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을 건넨다. 어렵지 않게, 적절한 깊이와 흥미로 우리 뇌의 작동 방식을 알고 싶다면 꽤 괜찮은 책이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