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성에 가까운 비명이 튀어나올 때마다 간담이 서늘해진다. 무대 왼쪽 위에 걸린 붉은색 전자시계. 매일 새벽 2시22분마다 울리는 정체 모를 발자국 소리가 들린다. 오늘 밤엔 또 무슨 일이….
네 명의 주인공이 한여름 밤을 오싹하게 만드는 연극 ‘2시 22분’의 시작이다. 어린 아기를 키우는 부부 샘과 제니는 새로 이사 온 집에 샘의 친구를 초대한다. 오랜 친구 로렌과 그녀의 남자친구 벤이다. 제니는 남편이 출장 간 사이 아기방에서 들린 불길한 발걸음 소리에 대해 털어놓는다. 초자연적인 현상을 부정하고 과학을 신봉하는 샘은 제니가 느끼는 불안과 무서움을 줄곧 무시해버린다. 어린 시절부터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기이한 사건을 한두 번씩 경험해 본 나머지 사람들과 샘은 ‘끝장토론’을 벌인다.
이건 단순한 호러 연극이 아니다. 긴장과 유머가 적절하게 섞였다. 소름 끼치는 분위기의 음악과 날카로운 괴성 등이 들릴 땐 객석이 들썩일 정도로 오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중간중간 이들이 주고받는 위트 있는 대사는 긴장감을 완화시킨다. 극단이 짜놓은 장단에 맞춰 긴장감이 높아졌다가 풀어지기를 반복하다 보면 순식간에 1막이 끝난다.
이 작품은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1년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초연한 연극이다. 당시 영국 가디언 등으로부터 “오싹하고 기발한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인기를 끌었다. 공연계 최고 권위 상 중 하나인 로런스올리비에의 최우수 신작 연극, 여우주연상, 최우수 음향 디자인상 부문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국내 초연인 이번 공연에선 최영준·김지철이 샘 역을, 아이비·박지연이 제니 역을 맡았다. 로렌 역은 방진의·임강희, 벤 역은 차용학·양승리가 소화한다. 일루셔니스트 이은결이 제작에 참여해 만들었다는 특수효과도 볼 만하다. 붉은빛 섬광을 표현한 조명이나 자욱한 연기 속에 인물이 갑자기 사라지는 효과 등이 신선하다. 뮤지컬 무대의 톱스타지만 연극엔 처음 도전하는 아이비는 춤과 노래 없이도 빛나는 좋은 배우라는 걸 증명했다.
치밀한 심리 묘사와 작품 말미에 공개되는 반전은 이 작품의 최대 매력이다. 연극 전체를 다시 돌아보도록 만든다. 내가 잘 안다고 믿었던 사람의 진짜 모습은 무엇이었을까? 어떤 반전인지는 직접 공연장에 가서 확인하시길. 친구 혹은 연인과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연극이다. 서울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오는 9월 2일까지.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