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뛰고 다음날 40% 하락…美 '파산주'에 몰려드는 개미들

입력 2023-08-10 15:30
수정 2023-08-10 15:32

최근 미국 증시에선 파산 위기에 처한 기업에 개인 투자자가 몰려들고 있다. 시장 변동성이 커진 상황이지만 위험을 감수하고 ‘폭탄 돌리기 베팅’에 나선 것이다.

지난 9일(현지시간) 트럭 운송업체 옐로는 뉴욕증시에서 44% 급락한 1.7달러에 장을 마쳤다. 전날엔 24% 급등했고, 지난 7일에는 30% 폭락하는 등 연일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법정 파산보호 신청을 했는데도 한달 전에 비해선 86.8% 급등한 상태다.

JP모건에 따르면 옐로는 지난 1일 전기차 기업 테슬라에 이어 개인 투자자가 가장 많이 거래한 종목 2위를 차지했다. 과거 10년간 하루평균 순매수 규모가 100만달러(약 13억원)를 넘지 못했던 이 종목은 이날 하루에만 500만달러(약 66억원)어치 거래됐다.


밀폐용기 기업 타파웨어도 비슷한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이 종목은 지난 한달 간 497.2% 폭등했다. 현금 흐름이 막혀 구조조정에 나섰지만 이례적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타파웨어는 앞서 연간 재무제표도 제때 마감하지 못해 재무제표 공개 시기를 지난 5월 말 대신 이달 말로 미뤘다.

전문가들은 이들 주식이 이른바 ‘밈 주식’이 됐다고 평가한다. 밈 주식은 기업 펀더멘털(기초체력)과 관계없이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입소문을 타고 거래량이 폭증해 가격이 급등락하는 주식을 뜻한다. 댄 라주 브로커리지트레이더 CEO(최고경영자)는 “부채가 높고 수익성 없는 회사에 매수세가 몰리고 있다”며 “시장의 논리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21년부터 밈 주식 거래가 성행한 이후 개인 투자자들의 위험내성이 높아졌다”며 “올들어선 특히 밈 주식 가격 변동이 더 급격해진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온라인 트레이딩엄체 IG의 조 키나한 북미 CEO는 “옐로와 터퍼웨어는 사람들이 으레 들어본 기업이다보니 매수세가 더 몰리는 것”이라며 “공매도 비율이 높아 개미 투자자들이 공매도 세력과 ‘힘겨루기’를 하려는 것도 거래량이 많은 이유”라고 했다. 경영이 악화된 기업에 개미 투자자들이 몰릴 경우 주가가 더 떨어질 것이라고 베팅한 헤지펀드 등이 의외의 주가 상승세에 주식을 사들이는 ‘쇼트 커버링’이 발생하고, 이때문에 주가가 더 오르는 ‘쇼트 스퀴즈’ 현상이 나올 것을 기대하는 이들이 많다는 얘기다.

간혹 법정파산을 극복하는 기업이 있다는 것도 투자자들이 이들 주식을 사들이는 이유다. 2020년 파산보호를 신청하고 이듬해 경영을 정상화한 렌터카기업 허츠가 대표적이다. 위기에 산 투자자들은 상당폭 이득을 봤다. 허츠 주식은 2021년 3월엔 주당 1달러 이하에 거래됐으나 새 주인을 찾은 같은 해 5월엔 7달러 이상에 손바뀜됐다. 빅터 리치아디 테네시공대 재무학 교수는 “투자자들이 일부 사례를 보고 성공 확률을 과대평가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밈 투자가 종국엔 손해를 볼 공산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지난 4월 파산보호를 신청한 베드배스앤드비욘드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 기업은 지난 2월 초 파산 신청이 임박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하루에 67% 폭등했다. 장중 한때는 120%가량 올라 거래가 정지되기도 했다. 하지만 6달러까지 급등했던 주가가 1달러 밑으로 떨어지며 많은 개인투자자들이 손해를 입었다.



WSJ는 “베드배스앤비욘드가 지난달 제출한 회생 계획안에 따르면 이 기업 주주들은 아무것도 얻지 못하게 됐다”며 “밈 주식의 가파른 상승장 뒤엔 손실 가능성도 있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라고 보도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