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카눈 북상 소식에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대원들이 전국 각지로 분산 수용되면서, 갑자기 지원 통보를 받은 공무원들과 공공기관 직원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과 전국금융산업노조, 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등은 "법적 근거 없는 강제 동원을 중단하고 근로자들의 안전부터 확보하라"고 강조하고 나섰다.
10일 한국노총은 입장문을 통해 "새만금 잼버리 기간 동안 지역의 많은 지자체 공무원들이 차출돼 잼버리 야영장의 화장실 청소와 쓰레기 치우기, 생수 등 필수품 전달 등의 업무에 강제동원됐다"며 "‘잼버리 폐영식 및 K-POP 콘서트’에 공무원뿐만 아니라 금융 및 공공기관 등에서 1000여명의 인력이 차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기획재정부는 잼버리 조직위원회의 요청을 받아 산업은행·수출입은행·마사회 등 40여개 공공기관에 오는 11일 열리는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K팝 콘서트' 지원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공기관 직원 약 1000명이 동원될 것으로 전해졌으며, 기관별로 적게는 10명 많게는 40명가량 투입될 전망이다.
한국노총은 "새만금 잼버리 준비 미흡과 파행에 대한 평가와 책임은 차후 반드시 제대로 이뤄져야 하며, 그와 함께 일만 터지면 애꿎은 공무원과 공공기관 노동자들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강제 동원하는 문화도 반드시 바로잡아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노총 소속 전국금융산업노조도 목소리를 높였다.
금융노조는 9일 입장문을 내 "BTS부터 금융공공기관 직원까지 차출됐다"며 "말은 ‘협조 요청’이지만 거의 전시 강제 징발 수준"이라고 성토했다.
법적 근거가 없다고도 주장했다. 금융노조는 "공공기관 직원 차출의 법적 근거가 없고, 국가 비상사태도 아니다"라며 "청소년 잼버리대회에 국력을 집중한다면 세계가 비웃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자원봉사라는 형식으로 꼼수를 부린다면 차후에 보상 문제와 자발성 여부 등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안전 확보에 대한 주문도 이어졌다.
한국노총은 "태풍 카눈의 위력은 기차가 탈선할 수 있을 정도라는데, 이런 상황에서 상암 올림픽 경기장에서 대규모 k-pop 콘서트를 진행해도 되는지 국민들은 불안하다"고 했다.
금융노조도 "추가 노동에 관한 법적 근거보다 중요한 것은 차출된 노동자들의 안전"이라고 지적했다. 금융노조는 "보통 열흘이 걸린다는 콘서트 무대가 3일 만에 설치되고 태풍 ‘카눈’이 상륙할 것이라는 예보도 있다"며 "무더위 속에 4만 명이 넘는 다중이 밀집한 곳에서 진행 인력들의 안전은 뒷전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꼬집었다. 이어 "차출자들에 대한 안전책을 철저히 점검하라. 만약 선량한 이들에게 사고나 변고가 생긴다면, 중대재해특별법에 의해 처벌받을 대상은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공노총)도 8일 성명서를 내 "공무원 노동자는 부르면 달려가는 '머슴'이 아니다"며 "이번에도 역시 '자발적 지원'을 가장한 '기관별 강제 할당'이었으며 협의는커녕 생각할 시간조차 주지 않은 강제동원"라고 주장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