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중국의 폴리실리콘 생산 회사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면서 한국 기업이 반사이익을 누릴 전망이다. 태양광 패널 제조에 필수적으로 쓰이는 폴리실리콘을 중국 외에서 만드는 기업은 전 세계 3개사뿐이다. 한국에선 OCI홀딩스가 해당한다.
9일 시장조사업체 PV인사이트에 따르면 비(非)중국산 폴리실리콘 가격은 이달 초 ㎏당 23.72달러로, 중국산 폴리실리콘 가격인 ㎏당 8.3달러의 세 배에 육박했다. 지난 6월까지만 해도 비중국산 가격은 27.5달러로 중국산(13.5달러)과 두 배 차이였다.
이 같은 가격 차이에도 미국 시장에선 중국산 폴리실리콘 대신 더 비싼 비중국산 폴리실리콘을 구매해야 한다. 미국 정부는 ‘신장위구르 강제노동 방지법’을 통해 중국 기업을 제재하고 있다. 최근엔 이 조치가 더 강화돼 중국의 신장위구르 외 지역에서 생산한 중국 기업의 폴리실리콘도 미국 시장에 반입되지 못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중국 1위 업체인 퉁웨이가 신장위구르가 아닌 지역에서 생산한 폴리실리콘을 적용한 제품(중국 론지의 태양광 모듈)이 지난달 미국 세관을 통과하지 못한 게 대표적이다. 업계는 사실상 중국 기업의 폴리실리콘 수입을 모두 막겠다는 의미로 해석하고 있다.
중국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3위 회사인 다초뉴에너지는 지난 3일에 열린 2분기 콘퍼런스콜에서 ‘동남아시아에서 생산해 미국에 수출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솔직히 비관적”이라며 “중국 외 지역에서 생산한 제품도 미국 시장에 진입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에 공장을 세운다고 해도 지금보다 10배 이상의 비용이 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럽연합(EU)도 2025년께 강제노동금지법을 시행할 예정이어서 세계 폴리실리콘 시장에서 중국 기업 입지는 더 좁아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한국 OCI홀딩스를 비롯해 독일 바커, 미국 햄록 등 중국에 생산 공장이 없는 회사에 폴리실리콘 주문이 쏟아지고 있다. 현대차증권에 따르면 이들 3개사의 연간 생산량은 8만t이다. 태양광 모듈 수요가 50GW 커질 때마다 연 12만t의 폴리실리콘이 필요해 향후 가격은 더 뛸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지난해 태양광 시장 규모는 140GW였으며, 내년엔 210GW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OCI홀딩스의 말레이시아법인 영업이익률은 지난 2분기 44%에 달했다. 같은 분기 중국 다초뉴에너지의 영업이익률(33%)을 뛰어넘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