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스카우트연맹 사무총장은 지난 7일 “잼버리 100년 역사상 이렇게 복합적인 문제에 직면한 것은 처음”이라고 했다. 폭염 태풍 같은 자연적 현상과 함께 우리 측 준비 부족과 부실 운영을 지적한 것이다. 무려 6년에 걸쳐 1000억원 이상을 쏟아부어 준비한 국제 행사가 도대체 어쩌다 이 지경이 됐는지 국민의 실망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지난해 8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친 국회 질의에서 “배수시설, 샤워실, 화장실 시설이 전체적으로 늦어지고 있다. 폭염, 폭우, 태풍, 해충 등 대책을 잘 세우고 있느냐”는 질문에 잼버리 조직위원회 공동위원장인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은 “물론이다. 폭염, 태풍 대책 다 세워놨다”고 자신 있게 답했다. 하지만 기본 시설은 엉망이었고 글로벌 스탠더드에 한참 모자랐다. 나무를 심겠다는 약속도 지켜지지 않아 스카우트 대원들은 폭염과 해충에 무방비로 노출됐다. 끝내 태풍 예보에 전국으로 흩어졌다. 현장도 가보지 않은 채 보고서만 읽고 큰소리를 친 전형적인 탁상행정의 결과다.
새만금은 애초 잼버리 행사 장소로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 많았다. 자연 그늘이 풍부하고 서늘한 고지대인 덕유산을 제쳐놓고 허허벌판 간척지에 땅을 메우고 나무를 심어야 하는 새만금을 선택한 것부터가 미스터리다. 잼버리를 내세워 인프라 예산을 따내기 위한 것이 아니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역 개발과 외유만 욕심내고, 정작 대회 준비는 소홀히 한 지방자치단체의 무능함에 말문이 막힌다.
이번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파행은 공공 부문의 태생적 비효율을 보여준 뼈 아픈 사례로 남을 것이다. 4만3000명이 넘는 해외 손님을 초대해놓고 누구 하나 나서 디테일을 챙기지 않았다. 이렇게 척박한 환경에서 과연 야영을 할 수 있는지, 본인들 자식이라면 보낼 수 있을지를 꼼꼼히 챙겨보지 않았다. 그러다가 문제가 불거지자 허겁지겁 민간에 도움을 요청하기 바빴다. 그 바람에 한국을 알리고 국격을 높일 기회도 날려버렸다. 이뿐만 아니라 오는 11월로 다가온 부산엑스포 유치 결정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행사 파행으로 발생한 무형의 손실은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크다. 그 책임을 철저히 추궁해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