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구 압구정 재건축 사업이 속도를 내는 가운데 재건축 추진 결과에 따라 서울의 부촌 지도가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올해 1~7월 거래 동향에서 압구정동은 서울에서도 가장 높은 거래가를 기록했다. 재건축 이후의 미래 가치가 반영되면서 전용면적 3.3㎡당 평균 매매가는 1억1147만원이었다. 가구당 평균 거래금액도 20억원으로 가장 높았다. 압구정 2~5구역은 19개 단지에 8430가구다. 재건축 후에는 1만1800가구가 들어설 전망이다. 압구정동 다음으로 거래가가 높은 동은 서초구 반포동으로 전용면적 3.3㎡당 1억931만원이었다. 강남구 개포동이 9296만원으로 뒤를 이었다.
서울시가 압구정 3구역 재건축 설계 공모에 참여한 건축사사무소를 설계지침 위반으로 고발하고, 조합의 운영실태 점검에 나섰다. 서울시와 조합, 설계회사 사이에 갈등 양상을 보인다는 얘기다. 압구정 3구역은 서울시의 정비사업 정책인 신속통합기획에 따라 재건축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신속통합기획은 민간 주도로 정비사업을 추진하되 계획 수립 단계에서 서울시가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이를 조합이 수용하면 각종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해 주는 지원 정책이다. 지금까지 재개발 사업은 44개 구역에서 신속통합기획이 확정됐다. 재건축 사업에서도 영등포구 여의도 시범아파트와 한양아파트, 강남구 압구정2~5구역, 양천구 목동신시가지 단지 등이 신속통합기획으로 추진되고 있다.
그동안 재건축 추진 결과에 따라 아파트 가격은 크게 달라져 왔다. 한국에서 재건축이 본격화된 것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다. 1970~1980년 준공된 저밀도지구가 재건축에 나서면서 강남구 도곡주공1단지를 재건축한 도곡렉슬은 2006년 입주했다. 이후 도곡동은 타워팰리스와 함께 서울의 부촌으로 급부상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도곡동은 2006년 공급면적 3.3㎡당 3519만원으로 서울에서 아파트값이 가장 높은 동이었다. 반포주공2·3단지가 재건축된 2009년부터 현재까지 아파트값이 가장 비싼 동은 반포동이다. 2위 다툼도 치열했다. 개포주공이 재건축되면서 2019~2021년에는 개포동이 2위를 차지했다. 고밀도지구가 재건축된 서초구 잠원동이 지난해 이후 2위다. 압구정동이 재건축된다면 서울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 동 순위가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압구정 3구역은 단지 규모와 입지 면에서 압구정지구의 중심이다. 서울시는 신속통합기획에 따른 원활한 사업 추진이 중요할 수 있다. 하지만 현상설계 과정에서 드러나듯 추진 과정은 녹록지 않을 전망이다.
신속통합기획은 공공성 확보를 위해 사업수익의 일부를 임대주택, 공공시설 등으로 공공기여하고, 그 조건을 조합원이 받아들여야 한다. 조합원 수가 많고, 조합원의 자산과 소득 수준이 높은 경우 물리적 손익만으로 이견을 좁히기 어렵다. 압구정 3구역에서 서울시와 조합이 갈등하게 된 근본 원인도 재건축을 통해 조합원이 얻고자 하는 수익과 가치가 서울시가 제공한 인센티브, 공공기여안과 맞지 않은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김혜현 알투코리아부동산투자자문 이사